주택대출 옥죄도 신용대출 늘며 은행 실적은 3분기에도 '맑음'

머니투데이

변휘 기자

고강도 대출 규제에도 국내 은행들은 지난 3분기 호실적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8·2 부동산 대책으로 부동산 대출이 위축되고 구조조정 여파로 대기업 대출이 감소한 반면 신용대출과 중소기업(자영업자) 대출이 늘며 실적 증가세를 견인했다. 인터넷전문은행 출연과 정부의 '생산적 금융' 정책 등 환경 변화도 배경으로 꼽힌다.

10일 금융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국내 9개 상장 금융지주사 및 은행그룹의 지난 3분기 당기순이익 컨센서스(전망치) 합계는 3조555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0.43%(8295억원) 늘어난 것이다.

KB금융지주는 지난 3분기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1.68% 늘어난 8758억원으로 지난 2분기에 이어 선두 자리를 지킬 것으로예상됐다. 신한금융지주는 14.51% 늘어난 8273억원의 순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됐다. 하나금융지주는 47.54% 늘어난 6893억원, 우리은행은 17.19% 증가한 4212억원, IBK기업은행은 27.24% 확대된 3604억원의 순이익을 거둔 것으로 예상됐다.

이 같은 실적 전망은 각 금융그룹의 최대 계열사인 은행들의 대출이 완만하게 증가한 데 따른 결과다. 정부가 주택담보대출을 옥죄는 내용의 8·2 부동산대책을 발표했지만 본격적인 시행 이전인 7~8월에 대출 수요가 급증했고 ‘풍선효과’로 신용대출도 크게 증가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8월말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744조200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6조5000억원 증가했다.원재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각 은행이 인터넷전문은행에 신용대출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마케팅을 강화하면서 지난 8월에는 신용대출 성장률이 주택담보대출 성장률을 넘어섰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8월말 은행권의 기업대출 잔액은 773조8000억원으로 한달간 2조9000억원 늘었는데 대기업 대출은 9000억원 감소한 반면 중소기업 대출은 3조8000억원 증가했다. 기업 구조조정 여파로 대기업 대출이 준 반면 모험자본과 벤처투자 대출을 장려하는 정부의 생산적 금융 정책으로 중소기업 대출이 늘어난 결과다.

한편 주요 은행그룹은 이달 말 일제히 3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KB금융과 우리은행은 오는 26일, 하나금융과 기업은행은 27일로 발표 날짜를 조율 중이다. 신한금융은 "월말 발표 예정이지만 날짜는 미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