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데 긴 통화는 피곤해" 외면받는 보험 전화 판매

한때 보험설계사 다음으로 대표적인 보험 판매채널로 꼽히던 텔레마케터(TM)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 온라인에 익숙해진 고객들이 장시간 통화를 해야 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TM 채널을 외면하고 있어서다. 불완전판매로 민원이 잦은 TM 채널을 보는 금융당국의 눈초리도 곱지 않아 규제도 엄격해지는 추세다.보험사들은 앞다퉈 PC와 모바일 등 온라인(CM) 채널을 강화하고 있다.

16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지난해 TM 채널 매출이 초회보험료 기준 60억4700만원에서 48억900만원으로 줄었고 한화생명도 같은 기간 36억8600만원에서 22억9900만원으로 감소했다. 2014년에 전속 TM 채널을 아예 없앤 삼성생명은 비전속 TM 채널에서 2015년 36억3500만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지난해에는 16억6100만원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생명보험사 중 TM 채널 비중이 높은 편인 신한생명도 2015년 260억5600만원에서 지난해 174억1000만원으로 매출이 33.2% 감소했다. ING생명, ABL생명, 메트라이프생명, 푸르덴셜생명 등은 아예 TM 채널이 없다.

손해보험업계도 TM 채널 비중이 2015년말 9.8%에서 올 6월 기준 9.4%로 하락했다. 반면 같은 기간 CM 채널 비중은 1.8%에서 3.5%로 두 배가량 증가했다. 특히 자동차보험의 경우 올 6월말 기준 CM 채널 가입률은 20.5%로 개인용 자동차보험 1540만대 중 316만대가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CM 가입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 15.5%에서 1년만에 5.0%포인트 올라간 반면 TM 가입률은 29.2%에서 26.2%로 3.0%포인트 떨어졌다.

TM 채널은 2014년 신용카드사의 초대형 고객정보 유출사건을 계기로 위축되기 시작했다. 당시 카드사의 영업정지 기간 동안 대부분의 보험사가 TM 채널 영업정지를 당했고 다른 기관에서 고객정보를 사들여 TM에 활용하는 ‘아웃바운드’ 영업도 금지돼 큰 타격을 입었다. 이후에도 보험영업을 목적으로 고객에게 문자, 이메일, 전화를 할 수 없게 됐고 개인정보 마케팅 활용 동의를 받은 고객이라도 하루에 한 번만 전화를 할 수 있게 되는 등 제약이 커졌다.


연이어 카드슈랑스 사태까지 터지며 TM 채널은 더 위기를 맞았다. 카드슈랑스란 카드사가 보험사와 연계해 보험을 판매하는 것인데 일부 TM에서 과장광고나 불완전판매가 일어나며 수백억원배 리콜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당시 대규모 환급 문제가 불거지면서 일부 보험사는 TM 조직을 아예 없애거나 축소했다.

최근엔 고객들이 장시간 통화가 필요한 TM 채널 대신 출·퇴근이나 해외여행 등에도 인터넷만 가능하면 장소나 시간에 제한 없이 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CM 채널을 선호하게 되면서 TM 채널은 더욱 외면받고 있다. TM 채널을 통해 보험에 가입하려면 최소 20분 남짓 전화통화가 필요하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CM 채널은 텔레마케터 등 인력 부담이 적어 사업비를 줄일 수 있기 때문에 보험사도 경쟁적으로 채널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며 “금융당국이 주도한 온라인 보험슈퍼마켓인 ‘보험다모아’ 등 정책적 지원까지 받고 있어 CM 채널의 상승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사의 전화영업은 불완전판매 소지가 커 민원이 잦다”며 “금융당국에서도 민원이 많은 TM 채널이 골칫거리 중 하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비중이 줄어들길 바라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