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부동산 열풍 美·유럽서 日·베트남 등 아시아로 선회

미국·유럽의 오피스 빌딩을 중심으로 달아오르던 해외부동산펀드 열풍이 아시아로 방향을 틀고 있다. 선진국 투자는 금리 상승세로 기대수익률이 예전만 못한데 반해 상대적으로 일본이나 베트남 등의 부동산시장이 활황을 보이고 있어서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하나자산운용은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 위치한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하노이'에 투자하는 900억원 규모의 부동산펀드를 설정했다.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사모펀드로 조성됐다. 이 호텔은 준공된 지 110년 이상된 5성급으로 하노이를 대표하는 랜드마크 빌딩 중 하나다.


글로벌 금융위기 후 조정을 겪던 베트남 부동산시장이 최근 경제 발전과 함께 성장하고 있어 투자매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나자산운용 관계자는 "베트남의 펀더멘털이 탄탄해지면서 경제 발전의 질적 성장도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며 "1~2년전부터 베트남 쇼핑몰 투자를 비롯해 부동산 투자를 적극 추진하고 있으며 기관투자자의 수요도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한국투신운용은 일본 오피스 빌딩에 투자하는 부동산펀드를 연이어 설정하고 있다. 지난달 도쿄 아리아케 지역에 위치한 '아리아케 센트럴타워'에 투자하는 공모형 부동산펀드(660억원)를 판매한데 이어 이달 말 도쿄에 소재한 오카토상사 빌딩에 투자하는 공모펀드(280억원)를 추가로 내놓을 예정이다.

KTB자산운용도 지난달 말 일본 야마구치현 호후시에 위치한 복합쇼핑몰 이온타운을 매입하기 위해 하나금융투자와 하나생명으로부터 230억원의 투자금을 받아 펀드를 결성했다. 8%대 배당수익률을 기대하고 있으며 5년 후 매각차익도 기대할 수 있어 투자자로부터 호응을 얻었다.


이처럼 미국과 유럽 내 우량 임차인이 장기 임대하는 대형 오피스 빌딩을 중심으로 활발히 투자하던 해외 부동산펀드가 아시아의 중소형 오피스나 호텔 등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다. 그동안 해외부동산펀드의 주력 투자지역인 미국 등 선진국이 경기 회복을 바탕으로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현지 대출금리가 올라 부동산 투자 수익률을 떨어뜨리고 있기 때문.

게다가 한·미간 금리 격차가 줄어든 탓에 환헤지를 하면 손실을 입는 구조로 바뀐 점도 수익성에 부담 요소다. 1~2년전만 해도 미국의 금리가 많이 낮아 부동산펀드를 환헤지하면 추가 수익(환헤지 프리미엄)이 발생했으나 최근엔 손해(환헤지 디스카운트)를 입고 있다.

한 부동산 자산운용사 임원은 "미국 부동산펀드의 환헤지시 연 수익률 기준으로 0.8%포인트 이상 손실을 보고 있다"며 "기관투자자들 입장에선 수익률이 1%포인트 가량 낮아져 상대적으로 기대수익률이 높은 아시아의 우량 건물로 관심이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