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코스 세금 일반담배의 90%로…"가격 오른다"

머니투데이

세종=정현수 기자
세종=박경담 기자
안재용 기자

국회가 '아이코스' 등 궐련형 전자담배의 개별소비세를 일반담배의 90% 수준으로 잠정 결정했다. 빠르면 연말부터 바뀐 규정을 적용한다. 궐련형 전자담배의 가격인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20일 개별소비세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별소비세법 개정안은 전자장치로 연초 등을 흡입하는 고체형 전자담배의 세율 신설안을 담고 있다. 지난 6월 출시된 필립모리스의 아이코스가 대표적인 고체형 전자담배다.

현행법상 고체형 전자담배의 과세체계는 명확하지 않았다. 새로운 유형의 담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담배사들은 고체형 전자담배(궐련형)의 개별소비세를 파이프담배에 준해 냈다. 파이프담배의 개별소비세는 1g당 21원이다.

아이코스의 경우 한갑이 6g으로 구성돼 한갑당 126원의 개별소비세를 납부했다. 반면 일반담배의 개별소비세는 한갑에 594원이다. 정부는 과세형평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국회도 개정안을 내는 등 적극적이었다.

이날 기재위는 궐련형 전자담배의 개별소비세를 한갑당 529원으로 확정했다. 일반담배의 89% 수준이다. 부가가치세 등까지 감안하면 전체 제세부담금은 90%까지 올라간다. 고체형 전자담배 중 비궐련형의 개별소비세는 1g당 51원이다.

기재위 결정이 나오기까지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기재위 조세소위원회는 지난 8월22일 궐련형 전자담배의 개별소비세를 일반담배 수준으로 올리는데 합의했다. 하지만 다음달 전체회의에는 상정조차 하지 못했다.

당시 조경태 기재위원장은 "담뱃세 인상을 놓고 이해관계가 엇갈린다"며 돌연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후 기재부는 일반담배의 80% 수준의 개별소비세를 책정하는 '정부안'을 제시했다. 이 비율은 여야 협의 과정에서 90%로 바뀌었다.

문제는 소비자가격이다. 통상 세금은 소비자가격으로 전이된다. 현재 아이코스의 소비자가격은 한갑당 4300원이다. 대다수 일반담배는 4500원이다. 흡연자들의 기호 뿐 아니라 가격 경쟁력까지 갖췄던 게 궐련형 전자담배다.

하지만 세금이 올라갈 경우 궐련형 전자담배의 소비자가격도 인상될 가능성이 크다. 박명재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날 기재위에서 "세금 부과가 담배 가격에 영향이 가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한다는 부대의견을 넣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역시 박 의원의 제안에 동의했지만 이후 일부 의원들의 반발로 부대의견 삽입은 무산됐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정부가 (어떻게)시장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건지 우스꽝스러운 결정을 하려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정병국 의원 역시 "시장 개입 소지가 있으니 받아들이면 안되는 요구"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기재위 증인으로 신청된 정일우 필립모리스 대표이사는 불참했다. 필립모리스는 아이코스의 제조사다. 정 대표는 기재부 국정감사를 위해 열린 이날 기재위에 해외출장 등을 이유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