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춘화-천민얼 상임위원 탈락설…3연임? 승계제도 개편?

시진핑 국가 주석을 이을 중국 차기 주자로 꼽히는 후춘화 광둥성 당 서기(사진 왼쪽)와 천민얼 충칭시 당 서기.

시진핑(64) 중국 국가 주석을 이을 차기 주자로 거론되는 후춘화(54) 광둥성 당 서기와 천민얼(57) 충칭시 당 서기가 모두 최고 지도부인 정치국 상임위원에 선출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중화권 매체들로부터 제기되고 있다. 2022년 3연임을 위한 시 주석의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격대지정'이라는 현재의 승계시스템을 바꾸는 시도라는 다른 분석도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0일 당 고위소식통들을 인용해 후춘화, 천민얼 서기가 모두 상임위원보다 한 단계 아래인 정치국원에 머물고 시 주석의 다른 측근인 자오러지(60) 당 조직부장과 왕후닝(61) 당 중앙정책실 주임이 상임위원직에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현직인 시 주석과 리커창(62) 국무원 총리에 리잔수(67) 중앙판공청 주임, 왕양(62) 국무원 부총리, 한정 베이징시(63) 당 서기 등 3명이 추가로 승진해 7명의 상임위원직이 채워진다는 전망이다.


이는 미국에 서버를 둔 중화권 매체 보쉰이 지난 18일 보도한 내용과 일치한다. 그동안 상임위원 인선을 두고 엇갈린 보도들이 나왔지만 발표를 닷새가량 남겨둔 시점에서 유력 매체들이 동일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50대 주자인 후춘화 천민얼 서기의 상임위원 탈락은 일반적으로 시 주석의 3연임 시도로 받아들여진다. 관례에 따라 50대 상임위원 진출자가 5년이나 10년 후 권력을 승계하게 되는데 두 사람이 탈락하면 상임위원 7명이 모두 60대로 채워지기 때문이다. 최고 지도자에 오르면 통상 10년을 채우는데 60대에 상임위원이 되면 5년 후 권력을 넘겨받더라도 5년이면 정년 관례인 68세를 넘기게 된다.

하지만 두 사람의 탈락이 곧바로 시 주석의 3연임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해석도 나온다. SCMP는 시 주석이 '격대지정'이라는 현 후계자 승계 시스템을 바꾸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격대지정은 중국 지도자가 한 세대를 건너뛰어 그다음 세대 지도자를 미리 지정하는 것을 말한다. 덩샤오핑이 장쩌민 전 주석을 이을 후진타오를, 후진타오가 시 주석을 이을 지도자로 후춘화와 쑨정차이를 지정하는 식이다.


격대지정은 예상가능하고 안정적인 권력 이양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현직 최고 권력자와의 동거라는 어정쩡한 시기를 거쳐야 한다. 그 기간 중에 경쟁자들의 정치적인 타깃이 된다든가, 반대로 그를 이용하려는 이들과의 부정부패에 휘말릴 우려도 있다. 실제로 후 전 주석이 후계자로 지정했던 쑨정차이 전 광둥성 당 서기는 지난 7월 부패 혐의로 낙마했다.

SCMP는 시 주석의 계획이 당장 명확히 드러나지는 않겠지만 일찌감치 한 명을 지정하지 않고 여러 명의 후보자 그룹 가운데 실적을 토대로 한 명을 지정하는 방식이 일반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당의 한 소식통은 SCMP에 "시 주석은 승계 문제를 푸는데 급하지 않다"면서 "그의 우선 순위와 초점은 자신의 목표를 위해 두번째 임기를 잘 활용하는 것이다. 앞으로 5년간 많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