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폐암신약 타그리소 약가협상 또 연장...눈물 흘리는 환자

머니투데이

민승기 기자

/사진=아스트라제네카

3세대 비소세포폐암치료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의 약가 협상이 또 중단됐다. 건강보험공단과 한국아스트라제네카는 지난 20일 자정 무렵까지 타그리소 약가협상을 진행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번 협상 중단은 보건복지부장관 명령에 따라 이뤄졌다.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약가협상 기간은 복지부장관으로부터 약가협상 명령이 떨어지고 60일 이내 이뤄져야 한다. 다만, 복지부장관의 판단에 따라 협상 중지 및 재개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이를 근거로 복지부는 두 차례나 타그리소 약가 협상중지를 명령한 것이다. 정부와 아스트라제네카는 내달 7일부터 3차 협상을 시작한다.

한미약품 (310,500원 ▲500 +0.16%) 올리타라는 대체 신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협상결렬'이 아닌 '협상중지'를 명령한 이유는 환자들의 반발 때문이다.

국내 비소세포폐암 환자들은 가격경쟁력이 있는 올리타보다 임상적 측면에서 앞서있는 타그리소를 선호하는 경향이 크다. 때문에 타그리소 약가협상이 결렬될까 노심초사하고 있는 모습이다.

타그리소는 한국 환자를 포함해 전세계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대규모 3상 임상시험에서 기존 표준치료(항암 화학요법)에 비해 2배 이상 연장된 무진행 생존기간(PFS)과 70%대의 높은 객관적 반응률을 보였다.

또한 타그리소는 뇌전이 등 중추신경계 전이를 동반한 환자(전체 폐암환자 중 40%)에서 효과를 입증해 국제가이드라인(NCCN)에서도 EGFR T790M 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에게 면역항암제보다 우선 권고되고 있다.

올리타도 임상2상을 통해 높은 객관적 반응률을 보였지만, 무진행 생존기간 및 뇌전이 효과는 아직 입증하지 못했다. 때문에 가격 차이(비급여 기준)에도 불구하고, 국내 환자 절반가량이 타그리소를 선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타그리소 약가협상을 이어나가는 것에 대해 "다국적제약사에 대한 특혜"라는 지적도 나온다. 물론 경제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동일한 환자군에 효과를 보이고, 저렴한(한달 기준 260만원 수준) 올리타만 보험급여 적용을 해주는 것이 맞다.

하지만 환자와 환자 가족들 입장에서는 하루라도 생명을 더 연장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할 뿐이다.

한국환자단체연합 관계자는 "신약 약가협상 때마다 환자 생명보다 제약사의 이윤이나 건강보험 재정이 더 우선시 되는 상황이 실망스럽다"며 "제약사와 공단이 환자 생명에 최우선 가치를 두고 약가협상 최종 결렬 사태만은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