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종학 미성년 딸 증여, 부모 건너 뛴 '세테크'"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26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해 서울 여의도에 마련된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홍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는 내달 초 열릴 예정이다. 2017.10.26/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의 중학생 딸이 외할머니로부터 8억원 넘는 건물 지분을 증여받은 게 '세테크'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손자·손녀가 조부모로부터 부모를 건너뛰고 증여 받는 건 현행법상 합법이다. 하지만 홍 후보자가 평소 '부의 세습'에 부정적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언행불일치'라는 비판도 나온다.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가 19대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지난해 3월 공개한 '2016년 고위공직자 재산변동 신고내역'에 따르면 홍 후보자는 아내와 딸 재산을 포함해 49억5000만원을 신고했다.

미성년자인 홍 후보자 딸 몫으론 서울 중구 충무로의 4층 상가건물 지분 일부가 있었다.

이찬열 국민의당 의원에 따르면 해당 건물 소유주였던 홍 후보자 장모는 2015년 11월 초등학생이었던 외손녀에게 건물 지분 25%(8억6500만원)를 증여했다. 34억6000만원(현재가액) 수준인 상가 지분 50%는 홍 후보자 처남, 나머지 25%는 홍 후보자 아내가 나눠 가졌다.


홍 후보자 딸이 외할머니에게 건물 일부를 물려받은 방식은 전형적인 '세대생략 증여'다. 세대생략 증여는 조부모가 부모 대신 손자·손녀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행위다.

조부모→손자·손녀 증여는 부모→자녀 증여에 비해 할증 과세가 30% 붙는다. 하지만 조부모→부모→손자·손녀 증여보단 절세 효과가 크다.

두 번에 걸쳐 이뤄지는 증여세 과세가 한 번으로 줄기 때문이다. 이 같은 '세테크'는 고액 자산가 중심으로 활용되고 있다.

세대생략 증여는 상속·증여세법 상 합법이다. 하지만 부의 세습을 용이하게 한다는 점에서 홍 후보자가 대학교수와 국회의원 시절 견지해 온 정치·경제 철학과 상반된 제도라는 지적이다.

정의당은 지난 25일 세대생략 증여 할증 과세를 현행 30%에서 50%로 확대하는 내용의 자체 세법개정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세대생략 증여 기준이 강화되면 부의 분배가 더 원활해진다는 논리다.

딸의 증여세 납부 경위, 상가 임대소득에 과세 여부도 홍 후보자가 해명해야 할 사안이다.

홍 후보자 딸이 갖고 있는 건물 지분에 대한 증여세는 약 1억8450만원으로 추정된다. 직계·존비속 증여재산공제 5000만원을 제외한 뒤 증여세율 30%(과세표준 5억원 이상~10억원 미만), 누진공제 6000만원을 적용한 결과다.

홍 후보자 딸은 증여 당시 초등학생이라 증여세를 부모 또는 외할머니가 대신 내줬을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1억8450만원에 대해서도 증여받은 것으로 봐 이에 대한 납세가 필요하다.

아울러 미성년자인 홍 후보자 딸이 상가 임대소득을 얼마나 가져갈 지도 쟁점거리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홍 후보자 측에서 아직 관련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 확정지어 말하긴 어렵다"면서도 "홍 후보자 딸이 엄마에게 임대소득(상가 월세)을 지급하는 형태로 지분을 살 수 있어 엄마 몫도 사실상 딸 재산이라고 의심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홍 후보자는 논란이 확산되자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회의원 재직 중 장모의 건강 악화로 딸 아이가 증여를 받았는데 국민 눈높이에 비춰 과다하다는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증여세는 정상적으로 납부했고 상속세와 보유세를 높여야 한다는 소신을 앞으로도 지키겠다"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