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 '공전' 통합물관리, 국민지지 업고 국회 문턱 넘는다

‘통합물관리’는 20여년을 논의해온 해묵은 과제다. 1991년 낙동강 페놀 오염 사고와 1994년 낙동강 유기용제(디클로로메탄) 오염 사고가 발생하면서 물관리 체계의 패러다임전환 필요성이 대두됐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현재의 이원화된 물관리 체계다. 국토교통부 당시(건설교통부)의 상하수도국이 환경부(당시 환경청)로 이관돼 환경부가 수질을 관리하되, 수자원 개발·하천 관리 등 수량 관리는 건교부가 계속 맡게 된 것이다.


하지만 수질과 수량으로 나뉘어진 물관리 체계는 금새 한계를 드러냈다. 특히 댐 건설, 상수도 보급 등 물관리 정책이 수량에 방점을 찍으면서 수질 관리 문제의 헛점이 드러났다. 한계에 이른 물관리 체계의 해법은 통합물관리라는 데 공감대도 형성됐다.

김영삼정부는 이런 점을 고려해 국토부의 수질 관리 업무를 환경부에 이관한 데 이어 수량 관리 업무도 환경부로 통합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1997년 국무총리 소속 물관리정책조정위원회를 설치하고 물 기본법 제정법도 발의했다. 그러나 건교부 등의 강한 반발로 인해 결국 무산됐다.

통합물관리 체계 도입은 김대중정부에서도 추진됐다. 당시 정부는 통합물관리 원칙을 천명하고 지속가능발전위원회를 중심으로 체계 개편방안을 논의했다. 하지만 환경과 경제·경제 두 논리가 팽팽히 맞서며 결론을 맺지 못했다.


노무현정부는 통합 물관리 체계 도입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정부 출범 직후부터 물관리 업무를 환경부로 일원화하는 방향으로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었다. 2006년 물관리 체계 개선의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국가물관리조정위원회를 구성해 물관리를 일원화하는 내용의 물관리기본법 제정에도 나섰다. 그러나 5·31 지방선거에서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의 참패로 정국이 요동치며 법 제정은 물 건너 갔다.
상황은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에서도 비슷했다. 정권 초기 통합물관리 체계 도입을 논의했으나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서면서 없던 일이 됐다.

반면에 문재인정부는 대통령 공약을 앞세워 강하게 밀어 붙이고 있다. 법 개정을 맡은 국회도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여야 4당은 물관리일원화협의체를 구성하고 합의를 모색하는 등 긍정적이다.

한국당을 중심으로 일부 반대 의견이 나오지만 통합물관리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확고한 상황이라는 점에서 전격 합의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국정책학회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최근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신뢰도 95%, 표본오차 ±3.1%)에 따르면 통합물관리에 대해 국민의 65.3%가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의 경우 찬성비율이 77.3%에 이르렀다. 통합물관리에 반대하는 응답비율은 국민 9.5%, 전문가 7.4%에 불과했다.

찬성 이유로 국민들은 ‘환경부와 국토부간 중복 사업을 줄여 정책 효율성이 향상된다(35.2%)’, ‘부처 이기주의를 극복해 일관된 정책 추진이 가능하다(23.2%)’는 의견이 많았다. 전문가들은 ‘환경친화적이고 지속가능한 물관리가 가능하다(31%)’, ‘일관된 정책 추진이 가능하다(24.3%)’는 의견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박형준 성균관대 행정학 교수는 “국토부와 환경부로 쪼개진 물관리 체계를 일원화해야 한다는 데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다는 의미”라며 “기후변화로 인한 홍수, 가뭄 등 자연재해, 녹조문제 등 새로운 이슈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국회의 조속한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