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통화 거래는 투기"…금융당국 규제 본격화하나

가상통화의 대표주자인 비트코인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개당 1만달러(약 1077만원)를 돌파한 가운데 금융당국이 현재의 가상통화 거래를 ‘투기’로 규정했다. 가상통화를 제도권 금융에 편입시키지 않겠다는 입장을 명백히 밝힌 셈이다. 빗썸, 코인원, 코빗 등 우리나라 가상통화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가격은 국제시장보다 1000달러(약 108만원) 이상 높게 형성된 상태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장기소액연체자 지원 대책’ 발표 후 가진 질의응답에서 “가상통화의 수익 원천은 다른 투자자들이 자기가 산 것보다 높게 사주길 원하는 투기적 원칙밖에 없다”며 “이같은 거래를 금융업의 하나로 포섭할 필요성이나 타당성은 없다”고 못 박았다. 특히 “가상통화는 가치나 교환이 전혀 보장되지 않는다”며 “여기에 공신력을 부여하고 금융업으로 공식화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 위원장은 “정부부처 내에서도 (가상통화) 거래소를 계속 존치시켜야 하냐는데 의문을 두는 견해가 많이 나온다”며 현 거래소의 영업 규제 가능성도 시사했다. 또 “금융당국은 가상통화를 통한 피해 방지에 중점을 두고 고민할 것”이라며 “해당 통화거래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데 중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의 이같은 발언은 전날 이낙연 총리의 입장과 맥을 같이 한다. 이 총리는 지난 28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가상통화의 투기화를 지적하며 “이대로 놔두면 심각한 왜곡현상이나 병리현상이 벌어질 것 같다”고 관계부처의 적극적인 대응을 요청했다. 이와관련,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금융위뿐만 아니라 다른 가상통화 관계부처들도 가상통화의 제도권 편입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전세계 가상통화 거래소의 가격 정보를 집계하는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개당 1만557달러로 사상 처음으로 1만달러를 돌파했다. 국내 가상통화거래소인 빗썸에서는 이미 지난 27일 개당 1만52달러로 1만달러를 넘어섰고 이날 1만1629달러로 올랐다.


당국은 가상통화의 제도권 도입을 허용하지 않더라도 투자사기 및 해킹 등 관련 피해 방지책 마련에는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최 위원장도 이날 "가상통화 거래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데 중점을 두겠다"고 언급했다.

이와 함께 금융위는 가상통화를 신규 발행해 자금을 모으는 ICO(가상통화공개)를 전면 금지하는 유사수신행위규제법 법개정을 준비 중이다. 빗썸의 서버 다운 등 최근 거래소의 문제와 관련해서는 정보통신망법을 통해 보안 감독 의무가 있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