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소추 1년…촛불 "기쁜기억" vs 태극기 "박근혜 억울"(종합)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양재상 수습기자,유경선 수습기자,박지수 수습기자 =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 1년째인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 모인 시민 120명이 지난 1년간의 촛불정국을 평가하고 향후 과제를 논의하고 있다.2017.12.9/뉴스1© News1 박지수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 1년을 맞은 9일 서울 도심 곳곳에서 탄핵을 자축하는 진보단체의 행사와 박 전 대통령의 무죄 석방을 외치는 태극기 집회가 열렸다.

지난해 겨울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놓고 엇갈렸던 촛불집회와 태극기 집회의 목소리가 1년 뒤인 현재까지 이어진 셈이다.


◇퇴진행동 "탄핵소추 기쁜 기억"…시민 토론회 열려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는 탄핵소추 1주년을 맞아 시민들이 머리를 맞대고 지난 1년간의 촛불정국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과제를 꼽아보는 자리가 열렸다.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기록기념위원회(기록위)'와 '국회시민정치포럼'을 이날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 3로비에서 '촛불 1년 시민토론회'를 열고 지난 한 해를 돌아보고 문재인 정부의 행보를 짚어봤다.


기록위는 토론회에 앞서 온라인을 통해 조사한 시민 의견을 공개했다. 기록위에 따르면 조사에 응답한 시민 중 50%는 지난해 12월9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의결됐을 때를 '국민이 힘을 모으면 못 할 게 없다', '대한민국이 월드컵 4강에 간 것보다 더 기뻤다' 등 긍정적 기억으로 평가했다.

이날 토론회를 찾은 시민 120여명은 국회 로비에 마련된 테이블에 4~6명씩 둘러앉아 Δ경제·노동 Δ국회·선거제도 개혁 Δ적폐청산 Δ직접 민주주의 구현Δ검찰·경찰 등 국가권력 개혁 Δ불평등 해소 Δ청소년 인권과 교육개혁 Δ복지개혁 Δ언론개혁 등 9가지 개혁 분야를 두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노동법의 문제를 이야기하던 정모씨(37)는 "우리나라 노동법 자체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멀쩡한 노동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강조했다. 사용자가 법에서 정한 최저임금이나 추가수당을 어겨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것이 노동자에 대한 억압을 조장한다는 지적이다.

청소년 이모양(19)은 '청소년의 참정권 확대'를 개혁과제로 꼽았다. 이양은 "공직선거권 연령을 만 18세로 낮추는 관련법 개정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여전히 그 미만의 청소년은 정당 가입은 물론 선거운동조차 할 수 없다"면서 "선거권 연령을 만 16세로 낮춰 폭넓은 참정권을 청소년에게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청소년 이모양(16)도 이양의 의견에 동의했다. 그는 "학생들도 한 나라의 시민으로서 지난겨울 촛불집회에 참여했지만 집회가 끝나면 다시 미성숙한 존재로 대우받았다"며 "청소년 참정권이 보장될 때 진정한 민주주의가 실현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고위공무원이 부정하게 빼돌린 돈을 환수하자는 환수법,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요구 등 다양한 시민의견이 토론회에서 쏟아졌다. 한 여성 참여자는 "명절날 시댁만 가는 것은 불공평하다"며 "한번 시댁에 갔으면 다음에는 처가를 가도록 하는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날 토론회를 진행한 기록위는 국회가 234대 56이라는 압도적인 표결로 박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을 가결한 지난해 12월 9일을 떠올리면서 "촛불광장의 힘으로 민주주의 역사를 새로 쓴 오늘"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지난 10월15일 독일의 공익·정치단체인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이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인권상'을 수여했던 점을 회상하면서 "대한민국의 평화집회를 장시간 이어가며 권위주의에 대항하여 진정한 민주주의"라고 표현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논의된 의제들을 살폅면서 "시민들의 열정만큼 진도가 나가고 있지는 못하다"고 고백하면서 "적폐청산위원회와 국회 개헌특위에서 활동하면서 국민의 고민과 제안들을 실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기록위는 이날 토론회에서 발의된 시민 의견을 취합한 뒤 의견서를 작성해 국회에 전달할 계획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무죄석방 서명운동본부 회원들이 9일 오후 서울 대학로에서 열린 박 전 대통령 탄핵 무효와 석방 촉구 집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7.12.9/뉴스1 © News1 허경 기자

◇태극기, "박근혜 없이 평창올림픽도 없다"…무죄 석방 촉구

대한애국당과 ‘박근혜대통령 무죄석방 1천만 서명운동본부’소속 회원 1만여명(경찰추산 3000명)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대규모 태극기 집회를 열고 "박근혜 대통령의 자유가 없는 평창올림픽을 반대한다"고 주장하면서 박 전 대통령의 석방을 촉구했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몸에 두르거나 새마을운동 깃발을 휘날리며 마로니에 공원에 모인 이들은 정겨운 동지를 만난 듯 서로에게 '충성' 경례를 하며 인사를 나눴다. 한 참가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초상화가 그려진 깃발을 흔들며 '박근혜 대통령 무죄 석방'을 외치기도 했다.

집회 단상에 오른 조원진 대한애국당 의원은 "친북 시민단체 때문에 억울한 대통령께서 탄핵당한 날이 바로 12월9일 오늘입니다"라고 호소하면서 "대한민국의 양심이었던 박근혜 대통령은 아직도 억울하게 감옥에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을 감옥에 보내고도 우리 대한민국에 진실과 정의가 살아있는지 의문"이라고 반문한 그는 "대통령을 탄핵한 촛불집회는 거짓과 선동에 의한 가짜 쿠데타였다"고 강조했다.

서석구 변호사도 "평창올림픽을 유치한 사람은 다름 아닌 박근혜 대통령"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의 자유가 없는 평창올림픽은 말도 안 된다"고 외쳤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의 구속이 계속되는 이상 평창올림픽을 절대 인정할 수 없음을 전 인류에 호소한다"고 선언했다.

이날 마로니에 공원에 모인 태극기 집회 참가자 3000여명은 종로를 거쳐 안국역 현대미술관까지 행진했다.

경찰이 혹시 모를 돌발사태에 대비해 이들의 행진코스 4.1㎞ 구간 전 차로를 통제하면서 일대 교통이 마비되는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같은 시각 '태극기시민혁명 국민운동본부','태극기 행동본부', '박 전 대통령 구명총연합'도 각각 대한문·동화면세점·보신각에서 100~500명 규모의 집회를 연 뒤 종로 일대 2.3~2.7㎞ 구간 1개 차로를 따라 행진했다.

대형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박근혜 대통령을 구출하자', '반란수괴 문재인을 즉각 체포하라', '사기탄핵 반역정권 문재인 퇴진하라' 등 구호와 함께 광화문을 횡단하는 선발대를 향해 시민이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이러느냐"며 쏘아붙이자 태극기 집회 참가들도 "빨갱이는 물러가라"고 응수하는 등 충돌이 발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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