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기 시작한 인도 코끼리 등에 올라타라

흔히 인도 시장을 코끼리에 많이 비유한다. 거대한 덩치나 인도인의 느긋하고 온순한 성향이 코끼리와 비슷하다는 점 때문이다. 경제적 측면에서 보면 몸집이 커서 굼뜨게 보이지만 한 번 뛰기 시작하면 힘 있고 빠르게 뛴다는 점에서 코끼리에 비유된다. 실제로 현재까지 인도는 경제 성장이 진행 중이며 개발 도상국이기 때문에 아직은 굼뜬, 뛰기 전 코끼리라고 평가받는다.

현장에서 본 인도는 이제 뛰기 시작하고 있다. 사소하지만 중요한 변화들이 목격된다. 하나는 길거리에 점점 더 많이 보이는 중대형 차들. 현대자동차의 준중형차 ‘i30’가 한국에서 유명하다면 인도에서는 이의 소형 버전인 ‘i10’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최근 2~3년 전부터는 ‘i20’라는 크고 가격도 높은 차종이 상당히 많이 보이기 시작했다. 휴대전화 역시 이제 중고가 제품들이 많이 보이면서 스마트폰 사용 인구도 3억명을 넘어섰다. 글로벌 투자사들이 인도를 주목하는 데는 이런 시장 성장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인도 경제는 질주할 날이 그리 멀지 않았다.


하지만 아직 인도 시장에 대한 관심이나 지원이 없다는 점이 안타깝다. 삼성전자나 LG전자 등 제조 대기업들은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인도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가능성 높다고 평가받는 모바일 분야에서는 아직 한국 기업들의 의미 있는 도전을 찾아보기 힘들고, 무엇보다 제 2의 실리콘밸리, 이스라엘 등으로 평가받는 인도에 도전하는 한국 스타트업은 더더욱 찾기 힘들다.

만약 인도에 한국 스타트업을 위한 공간이 생긴다면 어떨까? 한국의 팁스타운, 마루180과 같은 공간 말이다. 여기에 인도 스타트업 지원을 위한 펀드도 함께 조성된다면? 밸런스히어로는 한국에서 먼저 서비스 준비를 하고 인도에 지사를 세웠지만, 애초부터 인도에서 현지에 밀착되어 시장 흐름을 빠르게 포착하면서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있었다면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을 것이다. 만약 무궁한 시장성에도 불구하고 인프라나 현지의 생경함 때문에 인도에 진출하지 못하는 저력있는 스타트업에게 공간 지원이나 소규모나마 펀드가 있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프랑스에는 정부가 조성한 스타트업 펀드 ‘라 프렌치 테크(La French Tech)’가 1조원 넘는 투자를 유치했다고 한다. 라 프렌치 테크는 프랑스 정부가 공공기관과 함께 2013년부터 추진해 온 스타트업 육성 및 해외 진출 정책으로, 교육 프로그램은 물론 업무 공간을 제공해 통해 지속 가능한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을 진행 중이다. 자금 지원을 넘어 이런 전방위적 스타트업 지원책이 한국에도 필요하다.


코끼리가 전속력으로 뛰면 등에 타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지금 뛰기 시작할 때 타야 한다. 인도는 바로 뛰기 시작하는 코끼리다. 단지 눈 앞의 큰 시장에만 주목할 것이 아니라, 좀 더 멀리 넓게 보는 스타트업 지원책이 필요하다. 인도와 동남아 국가에 특화된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는 실질적인 환경을 조성해주고 매칭펀드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지원해 준다면, 한국에서 알리페이와 같은 기업이 나올 수 있는 가능성은 점점 더 높아질 것이다.

※이철원 밸런스히어로 대표: 이 대표는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15년 넘게 IT 비즈니스를 펼친 사업가다. SKT 자회사 와이더댄, 액세스모바일 등을 거쳐 2014년 밸런스히어로를 창업했다. 밸런스히어로가 인도 시장에 내놓은 휴대전화 통신비 관리 서비스 ‘트루밸런스’는 현지에서 필수적인 인도 국민 앱으로 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