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공청회, 원전지역 주민들 반발 속 강행

탈원전 정책 중단을 촉구하는 지역주민들과 원전건설 중단을 촉구하는 시민들이 28일 서울 한국전력 남서울본부에서 열린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공청회에서 언쟁을 벌이고 있다. /사진=뉴스1

원전과 화력발전을 축소하는 내용을 담은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공청회가 원전지역 주민들과 탈원전 환경단체의 언쟁으로 얼룩진 채 마무리됐다.

28일 공청회가 열린 서울 여의도동 한전 남서울지역본부 앞에는 오전 9시부터 200여명의 지역주민들이 모여 원전과 화력발전 비중 축소에 반대하는 지역주민들이 모여 집회를 열었다.


주민들은 "월성원전 조기 폐쇄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에 짜맞추기 한 졸속 결정"이라며 "국가 백년대계인 에너지정책을 추진하면서 국민들의 의견 수렴도 없고 전문가들의 충고도 무시하는 처사는 말이 안 된다"고 성토했다.

이어 "울진지역은 40여년 동안 지역사회의 분열 등 고통을 겪으면서도 국가에너지 정책을 위해 원전 10기를 수용해왔다"며 "지역경제와 주민들의 생존권을 위한 조치 없이 신규 원전을 건설하지 못하도록 하는 건 폭거"라고 주장했다.

8차 전력수급계획에는 원래 2022년 운영이 중단될 예정이던 월성 원전 1호기를 조기에 중단하는 방안과 함께 신규 원전 6기의 건설계획 취소,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7기를 모두 폐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공청회장 안에서도 갈등은 이어졌다. 월성 원전 인근지역인 경북 경주 감포읍에서 온 주민들은 "지역주민 의견도 듣지 않고 진행하는 공청회는 원천무효"라며 "해외에서도 인정해주는 우리 원전을 안방에서만 찬밥 취급한다"며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나라에서 원전을 홀대하는 사람들은 전기 쓸 자격도 없다"고 말했다.

공론화위원회에서 건설재개를 권고한 신고리 5·6호기에 반대하는 환경단체들도 공청회장에 들어와 지역주민들과 맞서 언쟁을 벌였다. 이들은 서로 다른 주장을 했지만 한 목소리로 "이번 공청회는 무효"라고 외쳤다.

이에 박원주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은 "공청회가 대한민국의 성숙한 민주주의를 다시 한번 시험할 수 있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며 "서로 다른 의견을 교환하며 토론해 합의하는 과정을 가져가자"고 지역주민들을 설득하려고 시도했으나 역부족이었다.

산업부는 참석자들의 고성이 오가는 가운데 예정된 절차대로 공청회를 강행했다. 8차 전력계획 추진경과와 7차 전력계획의 한계를 언급하고, 신재생에너지 비중 확대 등에 대한 전문가 패널들의 토론이 이어졌다.

다만 잇달아 발언권을 요구한 원전지역 주민들과 환경단체 관계자들로 인해 전문가들은 첫 입장발표 이후 달리 논의를 진전시키지 못했다. 원전 위주의 논의가 1시간 반 가량 이어지자 화력발전과 풍력발전에 대한 논의가 없다며 항의하는 참가자들까지 목소리를 높이며 공청회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이날 공청회는 예정된 종료시각을 30분 가량 넘긴 오후 12시 30분쯤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