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방문이 춘풍…대우조선 사장 재신임 복마전

문재인 대통령이 3일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를 방문,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청와대 페이스북) /사진제공=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전날 재계 신년회를 마다하고 거제 옥포조선소를 찾자 공적자금 투입으로 살아난 대우조선해양 (32,050원 ▼850 -2.58%)에 때아닌 활기가 돋고 있다.

대통령이 1분기 내에 조선업 혁신성장 방안을 내놓겠다고 공약하자 근로자들은 추가 지원을 기대하기 시작했고, 경영진은 재신임까지 기대하는 눈치다.


4일 대우조선해양 등에 따르면 회사 측은 이르면 이달 내에 혹은 늦어도 내달까지 사장후보추천위원회를 열어 차기 사장 선임을 논의할 것으로 나타났다. 사추위는 대우조선 경영권 지분을 가진 산업은행 관리단 일부와 현 경영진이 5~6명 이내로 결성해 차기 사장 후보 추천과 선임 방식 등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정성립 현 사장의 연임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정 사장은 지난 3년간 약 7조원 규모의 혈세 지원을 얻었지만 올해 신규 수주가 미미해 연임은 불확실하다는 지적을 얻었다.

하지만 전일 문 대통령이 옥포조선소 직접 방문해 쇄빙선 출하를 기념하고 조선업 지원을 약속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 반전 계기다. 모든 행사와 의전을 대통령 지척에서 도와 건재함을 나타냈다는 평가다.


정성립 사장은 이튿날 금일 자신감 넘치는 뒤늦은 신년사를 내놓았다. 정 사장은 "(혈세 투입으로 인해) 여전히 우리를 향한 외부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지만, 우리에게 등을 돌리며 뒤돌아섰던 국민 여러분의 마음도 되돌릴 수 있다고 굳게 믿는다"며 "국민 여러분께 '그때 대우조선해양을 살린 결정은 정말 현명한 선택이었다'는 자부심을 주자"고 말했다.

정 사장의 임기 만료는 5월이지만 사추위에서 연임 혹은 퇴진 여부가 결정되면 그는 3월 주주총회 이전에 거취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세금 지원 이후 반년 이상 급여를 반납했고 올 하반기 미약하게나마 장부상 흑자전환을 이룬 것이 연임의 근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1950년생, 올해 68세로 경쟁사의 50대 CEO(최고의사결정권자)들에 비해 연배가 너무 높아 영업감각이 뒤처진다는 점은 약점이다. 연임한다면 2001~2006년에 이어 네 번째 임기를 맞는다는 것도 부담스러운 조건이다.

대우조선 안팎에선 정 사장을 대체할 다크호스로 박동혁 전 부사장이 거론된다. 서울대 조선공학과를 졸업한 박 전 부사장은 1982년부터 대우조선에서 30년 이상 일하며 생산지원과 생산총괄 등 야전을 두루 경험한 인물로 평가된다. 일각에서는 2년전 대우조선을 그만 둔 박 전 부사장이 경남고를 졸업해 같은 동문인 문 대통령과 코드가 맞을 수 있다는 섣부른 추측도 나온다.

산업은행과 업계에서는 대우조선에 지금 필요한 것은 이익률이 높은 신규 수주란 점이고 그에 따라 영업통이 새 사장이 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대우조선의 지난해 신규 수주는 약 30억 달러로 자력 구조조정에 나섰던 현대중공업(100억 달러)과 삼성중공업(69억 달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표면상 흑자전환했지만 대손충당금 환입액 등에 따른 착시효과라는 지적도 있다.

임직원들 사이에선 정성립 사장을 재신임해 구조조정과 실적개선 작업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의견과 새 사장을 통해 분위기를 일신해야 한다는 주장이 엇갈린다.

임원진은 대부분 정 사장을 옹호하는 분위기이지만 실무급에선 그가 전임 사장들의 잘못을 지나치게 부풀려 3년간 회사를 더 어렵게 했다는 목소리도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