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M&A 핵심' 손영권 "반도체만으론 안돼, 이젠 車 전장"

이탈리아 명차 마세라티에 탑재된 삼성전자-하만의 차량용 AI(인공지능) 플랫폼 '디지털 콕핏'. 하만 직원이 디지털 콕핏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 (76,700원 ▲400 +0.52%) 최고전략책임자(CSO)로 미래 성장동력 발굴을 책임진 송영권 사장이 9일(현지시각) "이젠 반도체만으론 안 된다"며 "앞으로 삼성전자의 여정은 자동차 전장(전자장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 사장은 이날 미국 라스베이거스 하드록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반도체 슈퍼호황을 타고 영업이익 50조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지만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 전장사업을 적극적으로 키우겠다는 선언이다.


지난해 말 인사·조직개편에서 손 사장의 역할이 반도체·부품 협업에서 소비자가전과 스마트폰, IT 부문까지 확대된 지 2달 만에 나온 발언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실린다.

손 사장은 삼성전자가 지난해 초 9조원을 들여 인수한 미국 최대 전장기업 하만의 이사회 의장도 맡고 있다.

오른쪽부터 손영권 삼성전자 최고전략책임자(CSO·사장)과 디네쉬 팔리월 하만 CEO(최고경영자).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올해 세계 최대 전자박람회 'CES'에서 하만과 공동개발한 차량용 '디지털 콕핏'을 공개하고 하만 전시관을 별도로 마련하는 등 차세대 전장 솔루션을 비중 있게 다뤘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에 따르면 전세계 자동차산업 규모는 2030년 6조7000만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손 사장은 "전장사업에서 가속화된 삼성전자와 하만의 시너지 효과는 단거리 주행이 아닌 긴 여정이 될 것"이라며 "양사의 첫 합작품인 '디지털 콕핏'은 양산할 준비를 마쳤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전자박람회 'CES' 일반 전시장에서 컨셉트카에 탑재한 '디지털 콕핏'만 공개한 것과 달리 주요 거래처를 대상으로 한 프라이빗 전시장에선 이탈리아 명차 마세라티에 탑재된 '디지털 콕핏'을 공개·시연했다.

'디지털 콕핏'은 5G(5세대 이동통신)과 AI(인공지능), IoT(사물인터넷), 음성인식 기술이 종합된 전장 솔루션으로 삼성전자의 AI 플랫폼 '빅스비'를 통해 운전하면서 수㎞ 떨어진 집 안의 청소기를 작동시키거나 냉장고 안의 식재료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손 사장과 동행한 하만의 디네시 팔리월 CEO(최고경영자)는 "'디지털 콕핏'이 이미 글로벌 완성차 업체 한 곳과 납품 계약을 마쳤다"고 밝혔다.

손 사장은 "앞으로 자동차는 외딴 섬이 아니라 스마트폰처럼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모든 것과 항상 연결될 것"이라며 "자율주행을 포함해 이런 기술은 한 회사의 고유기술로 이뤄질 수 없기 때문에 협력사는 물론 경쟁사와도 협업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날 하만과 전장업계 최초로 공동개발한 5G 기반 텔레매틱스 솔루션(차량 데이터를 송수신해 커넥티트카 서비스를 가능케 하는 시스템)이 탑재된 완성차도 2021년 상용화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차량 통신기술 표준으로 주목받는 '셀룰러-차량사물통신'(C-V2X)은 4G(4세대) 기반 기술로 5G가 도입되면 더 완벽한 자율주행을 지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