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IB에 주식대출도 잠식 우려" 중소증권사 '좌불안석'

대형 증권사의 신용공여 한도를 자기자본의 200%로 현행보다 두 배 확대한 법안이 국회에서 계류 중인 가운데, 중소 증권사들이 해당 법안의 통과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법안이 시행되면 '초대형IB(투자은행)'를 포함한 대형 증권사들이 중소형사의 주요 수익원 중 하나인 유가증권담보대출 등 개인을 대상으로 한 신용융자 사업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초대형IB(자기자본 4조원 이상)와 종합금융투자회사(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신용공여를 현행 100%에서 200%로 높이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통과를 대기 중이다.

해당 법안은 대형 증권사의 신용공여 한도(기업 및 일반신용공여 포함)를 자기자본의 200%까지 확대하고, 늘어난 한도 100%에 대해선 기업신용공여로 쓰되 대상을 중소기업으로 한정하는 내용을 담았다.

초대형IB로 지정된 대형 증권사가 기존 유가증권담보대출이나 신용거래융자로 이미 신용공여 한도의 50~60% 가량을 소진한 탓에 기업대출과 회사채 인수 등 기업금융에 적극 나설 수 없다는 현실을 고려한 조치다.


실제 한 대형증권사의 경우 신용공여 한도의 66%를 유가증권담보대출이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초대형 IB나 종합금융투자회사로 지정되더라도 기업대출이나 인수금융 등에 쓸 여력이 미진하다.

일부 대형사는 개인 신용공여를 축소시켜 기업금융에 쓸 할당액을 확보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수익성 악화를 우려해 소극적 대처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초대형IB는 발행어음을 통해 조달한 금액의 절반 이상을 기업금융에 의무적으로 써야 하기 때문에 지금처럼 신용공여가 자기자본의 100%로 묶여 있으면 기존 유가증권담보대출이나 신용거래융자를 대폭 줄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대형 증권사는 늘어난 신용공여 한도(자기자본의 100%)를 기업금융에 쓸 수 있어 개인 대상의 신용공여를 축소하지 않아도 된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유가증권담보대출 같은 경우 해당 주식을 담보로 잡고 있어 손실 부담이 거의 없고 이자수익도 거둘 수 있는 알짜 사업 중 하나"라며 "신용공여 한도가 늘어나면 주식담보대출 등을 줄이지 않아도 돼 수익성 악화 우려를 덜 수 있다"고 말했다.

중소형 증권사의 속내는 편치 못하다. 중소형 증권사는 부동산금융을 포함해 IPO(기업공개) 등 IB시장을 놓고 대형사에 밀려 고전하는 상황에서 신용융자 영역까지 잠식당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한 증권사 담당자는 "대형 증권사가 개인을 대상으로 한 신용융자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설 유인이 생긴 것"이라며 "기존에 취급하지 않았던 주식까지도 담보대출을 확대할 수 있어 중소 증권사의 입지가 더 좁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