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2% 늘때, 집 투자에 쓴 빚 20% 증가

최근 3년간(2013~2016년) 소득이 2% 늘때 부동산 관련 가계부채는 20%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거주하기 위해 대출을 받은 것 외에도 투자목적으로 부동산 대출을 받는 경우가 크게 늘고 있어 1400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의 증가속도를 키우고 있다. 특히 저금리·고령화와 맞물리면서 60대 이상 노년층에서 빚을 내면서까지 부동산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어 정책당국의 관리가 필요하단 지적이다.

한국은행 성현구 과장, 박범기 조사역이 24일 발표한 '세대별 가계부채의 특징 및 시사점'에 따르면 2013~2016년 주택 실수요 및 투자수요와 관련한 금융부채는 각각 17.5%와 19.7% 늘었다. 이는 총부채(10.6%)와 명목소득(2.0%) 증가율을 큰 폭으로 상회하는 수치다. 또 2015년부터 지난해 9월 말 기준 가계 빚은 303조원 늘었다.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가계부채는 1419조원을 기록했다. 이 중 52.1%가 주택 관련 대출이다.


가계 빚 중 중·장년층(40~50대)이 부동산 가계부채의 절반 이상을 주도했다. 이들의 부동산 가계부채는 전체 부동산 가계부채의 61% 차지했다. 특히 부동산 투자 목적 대출이 눈에 띈다. 50대 고소득층에서는 거주외 주택 투자용 금융부채율이 48.7%로 가장 높았다. 거주를 목적으로 대출을 한 '실수요 금융부채'와 '전월세 임대보증금 부채'는 각각 26.9%, -0.5%를 기록했다. 40대 고소득층에선 '전월세 임대보증금 부채'와 '투자용 금융부채'가 각각 24.2%, 7.7%를 보였다.

부동산 가계 빚의 상당 부분이 중장년층에 몰려 있지만 이들의 부채는 상위 자산층에 집중돼 상대적으로 안정된 모습이라고 한은은 분석했다. 문제는 60대 이상 노년층에서 나타났다. 이들은 임대보증금을 마련하기 위한 부동산 빚이 많았다. 기존 전월세 보증금을 올려받거나 전세를 끼고 주택을 구입하는 소위 갭투자에 나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개인간 전·월세 보증금인 임대보증금의 경우 집을 빌린 임차인에게는 자산이지만 주택소유자인 임대인에게는 부채로 잡히는 항목이다. 이들의 부채는 많은데 다른 금융자산과 소득은 적어서 노년층 가계 건전성은 중장년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했다.

노년층과 함께 청년층(30대)의 가계부채 건전성도 취약했다. 이들은 주택 실수요 목적 부채가 많았다. 주택마련을 위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받은 30대 2명 중 1명이 40%를 초과했다. 지난 2016년 기준으로 LTV 비율 40%를 초과한 비율은 50%에 육박한다. LTV비율은 연력이 낮을 수록 40% 초과자 비중이 높아지는 모습이다. 중·장년층인 40·50대에서의 LTV 40% 초과 비중은 43%, 50대에선 35%, 노년층인 60%대 이상에서는 19%를 보였다. 젊은 세대일수록 LTV 비율 한도까지 대출을 받는 경향이 크다는 의미다. 한은은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이 도입될 경우 가구주의 소득 및 연령과 큰 관련없이 대출에 전반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은 또 실물 및 금융자산에 비해 부채가 많아 소득 변동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보고서는 청년층의 경우 건전성 평가 시 금융자산을 축적한 후 가계부채를 통해 주택마련에 나서는 생애주기 특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세대별 가계부채 건전성은 청년층 및 노년층이 중·장년층보다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며 "정책당국은 상대적으로 건전성이 취약한 노년층의 부채 확대와 실물자산 의존도 심화라는 리스크(위험) 확대에 유의해 정책을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