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혹했던 노선영의 마지막 올림픽…그래도 최선 다했다

빙판을 질주하는 노선영 선수. /사진= 머니투데이DB

동생을 생각하며 우여곡절 끝에 출전한 올림픽 무대는 누나 노선영에게 너무 가혹했다.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노선영 선수(29)는 19일 강원도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에 김보름·박지우 선수와 출전했으나 준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2006년 토리노동계올림픽부터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까지 한국을 대표해 3회 연속 올림픽에 진출한 노선영은 소치올림픽을 끝으로 은퇴하려던 당초 계획을 바꿔 평창을 목표로 삼았다. 자신만큼 소중한 동생 때문이었다.

노선영의 동생은 쇼트트랙 국가대표로 활약했던 고 노진규 선수다. 대표팀의 기대주로 주목받던 노진규는 골육종이 발병해 소치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하고 2년여간 투병하다 24세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늘 밝은 모습으로 올림픽을 꿈꾸던 동생을 대신해 누나 노선영은 이미 전성기가 지났지만 다시 스케이트 끈을 동여매고 평창을 바라보며 연습에 매달렸다. 그러나 평창행은 쉽지 않았다. 노선영은 대한빙상경기연맹의 행정 착오로 올림픽을 불과 한달 남긴 시점에서 출전불가 통보를 받았다.

갑작스러운 출전불가 통보를 받은 노선영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동생이 진짜 나가고 싶었던 올림픽이다. 메달을 따지 못하더라도 후회 없이 선수 생활을 끝내고 싶다"고 말해 안타까움을 사기도 했다.

노선영 선수 /사진제공= 뉴스1

이 과정에서 노선영은 연맹의 사과 한 마디 받지 못하고 선수촌에서 나가라는 일방적인 퇴촌 통보를 받기도 했다. 이에 노선영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더 이상 국가대표라는 사실이 자랑스럽지 않고 국가를 위해 뛰고 싶지도 않다. 빙상연맹은 우리 가족의 마지막 희망마저 빼앗았다"며 실망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러나 도핑파문으로 올림픽 엔트리에서 제외된 러시아 선수들로 쿼터를 확보한 노선영은 극적으로 평창행 막차에 올라탔다. 출전이 확정된 후 노선영은 "하늘에 있는 동생 노진규를 위해 뛰겠다"는 각오를 밝히고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 무대를 준비했다.

결과는 안타까웠다. 동생을 위하는 마음으로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우여곡절 끝에 출전한 올림픽에서 노선영은 결국 고개를 떨궜다. 3명의 선수가 한몸처럼 질주해야 하는 종목인 팀추월에서 노선영은 함께 출전한 김보름·박지우의 호흡에 녹아들지 못했다. 홀로 뒤처진 노선영은 외롭게 결승선을 통과해야 했다.

대한민국 여자 팀추월 대표팀이 19일 강원도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준준결승 경기를 치르고 있다. /사진제공= 뉴스1

경기를 마치고 홀로 울고 있는 노선영의 옆에는 동료가 아닌 외국인 코치, 밥 데용만 있었다. 함께 경기를 치른 김보름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노선영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식의 발언을 해 '왕따 논란'을 낳았다. 이날 노선영은 별 다른 인터뷰 없이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이제 노선영은 오는 21일 여자 팀추월 파이널D(7-8위 결정전)을 치른다. 동생을 위해 나선 자신의 올림픽 마지막 경기다. 비록 원하는 성적을 얻진 못했지만 출전불가 통보, 대표팀 왕따 논란 등 험난한 길을 거쳐 유종의 미를 거둔 노선영에게 국민들은 최선을 다했다며 박수를 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