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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회장보다 힘쎈 이사회 의장, 자기권력화 가능성

[누더기가 된 금융지배구조]<2>이사회 의장 권한 막강해지는데 견제 수단 마땅치 않아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입력 : 2018.03.12 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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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은행지주회사별로 차별적인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개선 요구가 논란이 되고 있다. 회장의 힘을 빼라고 강하게 압박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제왕적인 지배구조에 대해 일언반구 말도 없이 용납하는 곳도 있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개선 요구가 다른 의도를 갖고 특정 금융회사를 겨냥했다는 음모론도 제기된다. 금융위원회가 오는 15일 발표할 금융회사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이 이런 의혹을 불식시킬지 주목된다. 금융회사별로 제각각인 금융회사 지배구조의 현황과 문제점을 살펴봤다.
[MT리포트]회장보다 힘쎈 이사회 의장, 자기권력화 가능성


금융당국이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에 회장과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과정에서 회장을 빼라고 지시한 것은 사외이사의 권한을 키워 경영진에 대한 견제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이 결과 차기 회장과 사외이사 선출에 이사회 의장은 막강한 영향력을 갖게 되지만 회장은 아예 배제돼 이사회 의장을 중심으로 줄서기가 나타나는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회사는 이사회 내에 여러 개의 소위원회를 두고 있다. 소위원회 역할로 정해진 사항은 소위원회가 사실상 결정권을 쥐고 있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금융지배구조법)에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와 감사위원회, 위험관리위원회, 보수위원회를 반드시 두도록 하고 있다.

위험관리위원회는 위험관리의 기본방향과 금융회사가 부담할 수 있는 위험 수준에 대해 심의, 의결하며 보수위원회는 임직원 보수와 관련한 사항을 논의해 결정한다. 임추위는 대표이사와 사외이사, 감사위원 후보 등을 추천하는 역할을 맡는데 금융지주 회장을 추천하는 회장후보추천위원회와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등으로 나눠 운영되기도 한다. CEO(최고경영자)의 최대 권한이 ‘인사권’인 만큼 임추위는 핵심 소위원회로 꼽힌다.

금융당국이 핵심 소위원회인 회추위와 사추위에서 회장을 빼라고 주문함에 따라 KB금융과 하나금융 회장은 이사회 내 역할이 대폭 축소됐다. KB금융의 경우 최영휘 이사회 의장이 회추위에 해당하는 확대지배구조위원장을 맡고 있고 사추위와 계열사 대표이사 후보를 추천하는 상시지배구조위원회, 리스크위원회 등에는 일반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최 의장은 차기 회장은 물론 계열사 대표이사 후보, 사외이사 후보 추천에 모두 참여한다. 반면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차기 회장은 물론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과정에 참여할 수 없다. 윤 회장이 위원으로 있는 소위원회는 상시지배구조위뿐이다.

하나금융에서도 오는 3월 임기가 종료되는 윤종남 이사회 의장이 회추위, 사추위, 이사회운영위원회, 감사위원회 등에서 활동하고 있고 이중 이사회운영위와 사추위, 회추위에서는 위원장을 맡고 있다. 윤 의장은 계열사 대표이사 후보를 추천하는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는 참여하지 않지만 이사회 의장은 원하면 그룹임추위에 언제든 참여할 수 있다. 반면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이사회운영위와 그룹임추위 등 2개 소위원회에만 일반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이사회 의장을 비롯한 사외이사의 권한이 강화되면 경영진에 대한 견제기능이 커지는 반면 자기권력화의 위험성도 높아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KB금융과 하나금융은 금융당국 지시에 따라 사추위에 회장을 비롯한 사내이사가 단 한 명도 없어 사외이사를 견제할 수단이 없다.

금융위원회가 2011년 금융지배구조법을 제정할 당시에도 경영진이 사외이사를 견제한 뚜렷한 장치가 없어 사외이사 전횡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사추위에 사내이사를 제외하는 규정을 포함하지 않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지시는 금융지배구조법에도 없는 사추위 내 사내이사 배제를 사실상 요구하는 것”이라며 “차기 회장 후보군을 관리하고 추천하는 사외이사에게 줄서기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외이사가 회사 내부 사정을 경영진만큼 깊숙이 알지는 못하면서 권한은 막강해 경영 결정을 건건이 간섭할 경우 경영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KB금융은 2012년 ING생명을 인수하려고 했으나 사외이사의 반대로 무산됐다. KB금융은 지금도 생명보험이 약해 ING생명 인수에 다시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외이사는 권한이 막강한 반면 결정에 대해 책임을 지는 부분은 거의 없다”며 “사외이사가 회사의 장기 비전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 회사가 장기계획을 세우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학렬
이학렬 tootsie@mt.co.kr

머니투데이 편집부, 증권부, 경제부, 정보미디어과학부, 이슈플러스팀 등을 거쳐 금융부 은행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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