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개혁, 공무원부터 '철밥통' 깨고 자기혁신 나서야

민간 부문의 노동시장 개혁을 하기 전에 먼저 바뀌어야 하는 건 정부다. 고용안정성과 높은 임금인상률, 적자구조에도 불구하고 매년 수조원의 세금을 쏟아붓는 공무원연금의 혜택까지 받는 공무원들 스스로 ‘철밥통’을 내려 놓고 노동개혁의 모범을 보이지 않는 한 노동개혁의 당위성은 그만큼 설득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국민소득 1만 달러 시대 공무원의 이미지는 ‘박봉’이었다. 민간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공무원의 처우를 보전해 주기 위해 국가공무원법에 따른 신분보장 조항을 넣었고, 공무원연금으로 노후를 보장했다.


그렇지만 최근 민간기업들의 성장률이 둔화되면서 상대적으로 공무원의 처우가 돋보인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7·9급 등 공무원 취업자가 민간기업 취업자보다 퇴직할 때까지 최대 7억8058만원의 누계소득을 더 번다. 이는 대기업보다도 높은 연평균 7% 수준의 임금인상률과 함께 대기업 평균(52세)보다 높은 공무원의 평균 퇴임연령(56~59세) 덕분이다.

이 때문에 공무원들의 급여를 시장원리에 맞게 재편해야 한다는 논리가 부상했다. 일본의 공무원급여법은 50인 미만 사업장 평균 금여의 36.9%에 50인 이상 사업장 평균의 63.1%를 더해 공무원 급여기준을 세운다. 여기에 직급·근무지역·연령·학력을 반영하지만 거의 사회 평균수준에 근접한다. 민간기업의 급여가 줄어들면 자신들의 급여도 삭감되므로 국민복리 증진을 위해 힘쓸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반면 한국은 1999년부터 공무원의 민간기업 보수 접근율을 산정할 때의 기준을 ‘상시근로자 100인 이상 사업장’으로 잡는다. 법적 근거는 없다. 피라미드형으로 직급이 분포된 민간기업과 달리 원통형에 가까운 정부부처에 상대적으로 고임금 사업장의 임금 체계를 일률적으로 비교하는 것이다. 공무원노조 등은 지난해 86% 수준이었던 민간보수 접근율도 100%까지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무원은 해고로부터도 자유롭다. 1급 등 일부 고위공무원이 아니라면 국가공무원법 68조(의사에 반한 신분조치)에 따라 형법상 금고 이상의 형을 받지 않을 경우 본인의 의사에 반해 휴직·강임 또는 면직을 당하지 않는다.

공무원이 노동시장에서 누리는 임금과 고용부문 모두 독점적 지위는 앞으로 보다 강력해질 것으로 보인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29일 9만557명 규모의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을 합법화하면서 이들의 단체교섭권을 강화시켰다.

전공노 외에도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전국통합공무원노동조합 등의 조합원을 합치면 노조법의 보호를 받는 공무원만 20만명이 넘는다. 이들의 단협 결과가 비조합원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고려하면 공무원의 독점적 지위는 더 공고화된다.

아울러 지자체에서 시작된 공무원 성과퇴출제·성과연봉제 바람이 중앙정부까지 확산되는 추세였지만 공무원노조 등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혔다. 지난해 대선에서 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 등은 공무원 성과제를 폐지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기도 했다.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 소장은 “일본과 중국은 공무원연금까지 폐지하고 국민연금으로 통합하는 마당에 우리나라 공무원은 국민들과 괴리된 특권집단이 되고 있다”며 “공무원들은 차별화된 고용·임금·복지를 누리면서도 시장의 원리를 전혀 적용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이 와중에 박근혜 정부부터 시작된 공무원 증원이 문재인 정부에서 더 가속화돼 특권집단이 늘어날 조짐이 보인다”며 “공무원 총정원제를 대통령령이 아닌 법으로 바꾸는 등 공무원의 임용과 고용, 급여 결정 등의 과정에서 국회의 통제 수준이 높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