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1주'로 삼성바이오 목줄 쥔 바이오젠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에피스) 지분 5.4%를 보유한 2대 주주 바이오젠의 콜옵션이 삼성바이오로직스 (788,000원 ▲4,000 +0.51%)(이하 로직스)에게 '눈엣가시'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콜옵션 행사 후 지분 매각을 전제로 로직스와 협상에 나설 여지가 있어서다.

7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바이오젠은 오는 6월 말까지 에피스 지분율을 50%-1주까지 확보할 수 있는 콜옵션을 행사할 예정이다. 기존 지분을 제외하고 새로 사들일 44.6% 매입 비용은 주식 발행가격(5만원)에 이자를 더해 5000억원을 약간 밑돌 것으로 추산된다.


로직스가 평가한 에피스 지분 100% 가치(5조2800억여원)를 근거로 환산했을 때 콜옵션 행사 후 바이오젠이 보유한 에피스 지분 가치는 약 2조6400억여원에 이른다. 투자액을 빼고도 2조원 이상 평가차익을 거두는 셈이다.

업계 관심은 콜옵션 행사 이후로 모아진다. 에피스 실적 개선 속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바이오젠이 지분 처분에 나설 가능성을 주시한다. 누구에게, 지분을 얼마나 팔든 로직스의 에피스 경영권 강화 결과를 불러온다. 에피스가 다시 로직스 자회사로 편입될 공산이 커지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회계상 에피스 적자를 끌어안아야 한다. 지난해 실적을 기준으로 4600억원대 매출은 7800억여원으로 뛰지만, 660억여원의 영업이익은 370억여원의 영업손실로 돌아서고 순손실은 1000억여원에서 1400억여원으로 확대된다.


이런 사정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삼성 계열사가 바이오젠 지분 일정량을 사주는 시나리오를 언급한다. 여기에는 계열사가 지분을 사주면서도 재무적 투자자(FI)로 참여해 바이오젠의 에피스 이사회 지배력(로직스와 5 대 5 비율)을 그대로 유지해주는 조건이 붙는다. 이 방안대로라면 △바이오젠의 차익 실현 욕구를 충족시켜주면서도 △제3자의 경영간섭을 차단하고 △로직스가 에피스를 자회사로 편입시키지 않아도 된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에피스를 자회사에서 제외했던 로직스는 분식회계 혐의를 더 강하게 받을 수밖에 없는 구도"라며 "이를 잘 알고 있는 바이오젠이 다양한 옵션으로 로직스를 압박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로직스는 바이오젠이 2015년 하반기 콜옵션 행사 의사를 이미 밝혀왔기 때문에 이후 발생할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로직스 관계자는 "2015년은 에피스가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던 때여서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며 "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사업에 문제가 없어 바이오젠이 지분을 팔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