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카다피 학살"…美 리비아 발언이 北 화 돋웠다"-WP

/사진=워싱턴포스트 화면 캡처

미국 백악관이 북미정상회담 취소의 배경이 잇따른 북한의 약속 위반이라고 밝힌 가운데, 일각에서는 협상 결렬 직전 미국이 엄포성 발언으로 리비아 사례를 언급한 것이 북미 갈등을 더욱 고조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24일(현지시간) "미국이 리비아를 언급할수록 북한은 더욱 화가 났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북한에 대한 경고의 의미로 리비아 사례를 택한 것은 그들이 택할 수 있는 '최악의 사례'를 꼽은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앞서 펜스 부통령은 21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트럼프를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실수일 것"이라며 "김정은이 협상을 하지 않으면 리비아 모델처럼 끝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비핵화 후 시민군에 의해 살해된 리비아 통치자 무아마르 카다피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뜻으로 리비아 모델을 예로 들어 북한에 고강도 경고를 한 것이다.

그러자 북한은 즉각 반발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한 담화에서 펜스 부통령이 "아둔한 얼뜨기"라며 리비아 모델 언급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최 부상은 "21일 미국 부대통령 펜스는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조선이 리비아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느니 횡설수설하며 주제넘게 놀아댔다"며 "우리를 비극적인 말로를 걸은 리비아와 비교하는 것을 보면 미국의 고위정객들이 우리를 몰라도 너무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 부상은 "우리는 미국에 대화를 구걸하지 않으며 미국이 우리와 마주앉지 않겠다면 구태여 붙잡지도 않을 것"이라고 정상회담 결렬 가능성을 시사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도 "북 비핵화 문제는 리비아 모델과 다르다"면서도 북한에 대한 경고의 의미로 리비아 모델을 언급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 백악관에서 옌스 스톨텐베르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과 만난 자리에서 "리비아에서 우리는 그 나라를 초토화했다. 카다피를 지키는 합의가 없었다"며 "우리는 가서 그를 학살했다(decimated him). 그리고 우리는 이라크에서도 같은 일을 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카다피 모델은 완전 초토화였다"고 전제하며 "만약 (북한이) 비핵화 협의를 이루지 못하면 그(리비아) 모델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해 미 군축센터의 킹스턴 라이프 군축정책부장은 WP에 "트럼프의 발언은 북한에 협박으로 해석될 수 있고 북한내 강경파들에게 핵무기 감축을 해서는 안된다는 근거로 이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WP는 "리비아는 2003년 비핵화에 합의했지만 2011년 초 리비아 내전이 발생하자 미국과 서방 국가는 반군 편에서 리비아를 공격했고 카다피는 이후 미국이 지지하는 반군에 잡혀 살해됐다"며 "평양이 왜 워싱턴의 리비아 언급에 불안해하며 동요됐는지(agitated) 잘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WP는 비록 트럼프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의 '리비아 발언'이 김정은 위원장을 회담장으로 이끌기 위한 '엄포성' 발언이었더 하더라도, 표현의 강도가 세고 자극적이라는 점에서 '택할 수 있는 최악의 사례(worst example)를 택한 것이었다며 "미국의 잇따른 리비아 언급이 최근 며칠간의 고조된 북미 갈등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