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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수익자부담 원칙

머니투데이 임상연 중견중소기업부장 |입력 : 2018.06.13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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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봄쯤으로 기억한다. 영세·중소 가맹점의 신용카드 결제수수료 인하 문제를 놓고 국회와 정부, 카드업계가 한창 줄다리기를 할 때였다. 당시 금융당국 한 고위관계자는 카드 결제수수료 인하에 대해 이렇게 우려했다. “결제수수료를 조금 낮춘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수익자 부담에 대한 고민이 없다면 수수료 논란은 두고두고 계속될 것입니다.” 그의 예상대로였다. 그해 영세·중소 가맹점의 우대 수수료율이 신설되고 2016년까지 9차례에 걸쳐 결제수수료 인하가 단행됐지만 논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수익자 부담 원칙. 재화나 서비스 제공에 소요되는 비용은 그 수익자가 부담한다는 뜻이다. 경제를 지탱하는 기본적인 룰(rule)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 원칙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누군가는 독박을 써야 한다. 당연히 분쟁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카드 결제수수료 인하 논란이 ‘네버엔딩 스토리’처럼 계속되는 이유도 애초 이 원칙이 지켜지지 않은 탓이 크다.

카드 결제서비스로 혜택을 보는 수익자는 카드사와 가맹점만이 아니다. 정부와 소비자도 수혜의 당사자다. 소비자는 현찰 없이 신용으로 편리하게 생활할 수 있고 정부는 세수 확보 효과를 누린다. 따라서 원칙대로라면 카드 결제서비스에 드는 비용부담도 정부, 카드사, 가맹점, 소비자 등 이해당사자가 얻는 수익의 비율만큼 나눴어야 했다. 하지만 사실상 가맹점이 비용부담을 떠안는 독박구조가 되면서 문제가 터진 것이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 그보다 위에 카드사’라는 이상한 먹이사슬이 만들어진 배경이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는 염불(국민)보다 잿밥(세수)에 관심을 두고 졸속으로 정책을 추진한 정부의 책임이 크다. 가맹점이 껌값조차 카드 결제를 거부할 수 없게 하고 수수료도 가맹점만 부담하도록 법(여신전문금융업법 제19조 1항, 4항)으로 강제한 것이 대표적이다. 가맹점의 영업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법학자들로부터 위헌이란 지적을 받지만 정부는 세수 감소를 이유로 끝까지 고수한다.

원칙이 흔들리면 혼란이 커지게 마련이다. 국세, 등록금, 보험료 등 카드 결제수수료 부담주체를 놓고 곳곳에서 소모적 논쟁이 계속 반복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세의 카드 결제수수료는 수익자부담 원칙에 따라 소비자가 내야 한다”는 정부의 말발이 시장에 먹힐 리 없다.

정부가 또다시 카드 결제수수료 개편 작업에 나섰다고 한다. 과거처럼 단순히 카드사의 팔을 비틀어 수수료를 내리는 식은 곤란하다. 어설픈 시장개입은 또다른 부작용만 양산할 뿐이다. 카드 결제수수료 문제를 해결하려면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이해당사자가 비용을 분담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과도한 카드 사용을 부추기고 가맹점에만 부담을 지우는 제도들부터 전면 손질해야 한다.

말 많고, 탈 많은 신용카드 위주 결제시장을 바꾸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이해당사자의 비용부담을 최소화하는 혁신적인 결제수단으로 새롭게 판을 짜는 것이다. 때마침 중소벤처기업부와 서울시 등 지자체가 ‘한국판 알리페이’(모바일 간편결제) 도입에 나섰다. 결제과정에서 카드사나 밴(VAN)사를 거치지 않아 결제수수료가 제로에 가깝고 가맹점 매출과 상관없이 동일한 수수료가 적용된다고 한다.

직불카드와 같은 계좌이체 방식으로 합리적인 소비문화 정착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 미래 먹거리인 핀테크산업 육성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가 바라는 세수확보 효과는 덤이다. 여러모로 이득인 혁신적인 결제수단이 보다 빨리 자리잡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광화문]수익자부담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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