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금리상승기, 은행 마진율 높이지 마라"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중은행의 대출금리가 오름에 따라 금융당국이 은행의 마진율을 주시하고 나섰다. 통상 금리상승기에는 은행들의 예대마진이 증가해 수익이 늘어나는데 금리상승기에 마진율을 높여 돈 번다는 소리를 듣지 말라는 의미다. 금리상승에 따른 차주의 부실위험을 고객의 대출금리에 전가하려 말고 은행 자체적으로 적극 떠안으라는 점도 강조한다.

금융감독원 고위관계자는 19일 “금리상승에 따른 리스크를 고객이 아니라 은행이 더 많이 져야 한다”며 “금리상승기에 은행들의 수익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는데 가산금리를 올려 NIM(순이자마진)을 확대하는지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통상 은행의 예대마진은 금리상승기에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실제로 예대금리차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지난해 11월 2.27%포인트에서 지난 4월말 2.35%포인트로 확대됐다. 대출금리가 예금금리보다 더 빨리 오르기 때문이라고 은행들은 설명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일시적으로 마진율이 높아질 순 있지만 기본적으로 금리상승기에도 마진율은 일정하게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최근 은행들의 가산금리체계를 점검하고 개선방안을 내놓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가산금리를 구성하는 항목에는 은행의 마진(목표이익률)이 포함됐다. 은행의 대출금리는 시장금리에 따라 결정되는 기준금리에 은행이 각종 비용과 마진을 붙여 결정하는 가산금리를 더해 결정된다.

금융당국도 시장금리가 상승함에 따라 대출 기준금리가 오르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인정한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은행 대출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 금리가 오르면 대출금리도 오를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하지만 은행이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가산금리는 다르다. 금융당국은 이미 합리적인 이유 없이 가산금리를 인상할 경우 타당성을 검증하겠다고 수차례 경고해왔고 지난해 12월 신한은행의 가산금리 인상에 제동을 걸어 원위치시키기도 했다.

가산금리는 업무원가, 법적비용, 위험프리미엄, 목표이익률, 가감조정금리 등으로 구성된다. 이중 은행 수익에 직결되는 항목이 목표이익률과 가감조정금리(본점이나 영업점장 전결 금리)다.

금융당국은 현재 시장상황에서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특별히 조정할 이유가 보이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신한은행 사례 이후 가산금리가 인상될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업무원가는 통상 1년에 한 번 정도 정하면 크게 변동될 이유가 없다”며 “목표이익률도 대출 수요가 많고 공급이 부족하면 자연스레 올라가지만 지금은 대출 수요가 많은 시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의 가산금리 산정체계 점검을 마쳤고 조만간 개선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여기서 한발 더 나가 은행들의 적극적인 위험 부담까지 강조했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지난 15일 열린 시장전문가들과의 간담회에서 “금융회사 스스로만을 위해 리스크관리 능력을 발휘하면서 다른 부문에 위험을 전가한다는 일부의 지적을 돌아봐야 한다”며 “금융회사 스스로 수준 높은 리스크관리 능력을 발휘해 보다 많은 위험을 적극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금리상승 등으로 부담이 커질 수 있는 가계, 중소기업 등도 결국 우리 금융을 떠받치는 축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제상황 변화나 금리상승 등으로 커진 부실위험을 가계나 기업에 모두 전가하지 말고 은행들이 적극 부담하라는 의미다. 가산금리 항목 중 고객의 부실위험을 반영하는 항목이 ‘위험프리미엄’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회사들이 리스크관리 전문집단이라고 하면서 리스크를 가계나 기업에 손쉽게 전가하는 방식으로 영업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이 다소 신용도가 떨어지는 가계나 기업에도 대출하도록 유도하는 가운데 그 위험을 모두 금리에 반영하지는 말라는 얘기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들은 그동안 자본을 축적하고 부실대출을 줄여온 만큼 리스크를 더 부담할 체력을 갖췄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