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오르고 공급 줄 것… 반쪽짜리 후분양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28일 오후 서울 명동에 개관한 ‘위스테이’ 견본주택을 찾아 둘러보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분양가는 오르고, 공급은 줄어드는 부작용이 우려된다"

정부가 28일 발표한 제2차 장기 주거종합계획의 핵심 대책인 '후분양제'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기대보다 우려가 컸다. 후분양제의 장점을 살리지 못한 반쪽짜리 대책이란 목소리다.

후분양제 가이드라인이 되는 '공정률 60%' 기준에 대한 지적이 대표적이다. 공정률 60%는 지하골조, 굴토 공사만 완료된 수준으로 소비자들이 직접 주택 부실시공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공동주택 분양가격 산정 등에 관한 규칙에 입주자 모집공고 시 발코니 확장, 시스템 에어컨, 오븐, 붙박이 가전제품, 옷장 등은 추가 선택할 수 있는데 후분양 공정률 60%는 이 기준을 충족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와 관련 국토부는 단지 내에 별도로 모델하우스를 만들어 보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 경우도 소비자로선 주택 내부 구조를 확인하는데 기존 선분양제와 다를 것이 없다.

향후 분양시장에서 대형건설사와 중소건설사 간의 양극화 현상을 부추길 가능성도 제기된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후분양제는 건설사 신용으로 자금을 마련하는데 중소건설사의 경우 신용등급이 낮아 금융비용이 대형건설사보다 상대적으로 많이 들기 때문에 분양가 경쟁력이 더 떨어질 것"이라며 "민간 분야로 후분양제가 확대되면 대형건설사의 주택시장 점유율 쏠림현상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소비자 선택권을 확대하려는 정책 취지와 달리 공급만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현재 강남권 신축 단지 분양가는 10억원이 넘는데 실수요층에서 계약금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6개월 이내 조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건설사가 사업성이 불투명한 곳은 분양을 포기해버리는 사례가 늘어 공급만 줄어들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2억원 한도로 저금리 디딤돌대출을 지원하는 보완책을 내놨지만, 최근 신축 아파트 분양가가 최소 5억~10억원대인 서울 아파트시장에서는 소비자 부담을 낮추는데 역부족이라는 의견도 있다.

후분양제를 도입하는 민간 건설사에게 우선 공급하기로 한 △화성동탄2 A-62 △평택고덕 Abc46 △파주운정3 A13 △아산탕정 2-A3 등 공공택지 4곳의 매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남북경협 호재가 있는 파주운정 지역을 빼면 모두 공급과잉 지역이라 사업가치가 떨어진다"며 "그렇지 않아도 후분양제 시행시 자금난 우려가 높은 중소건설사들이 많이 참여할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공공분야에 우선 적용한다는 입장이지만 중소건설사들은 벌써부터 민간으로의 후분양제 확대를 우려하고 있다. 한 중소건설사 관계자는 "중소업체들은 후분양제를 감당할 자금여력이 없다"며 "민간으로 후분양제가 확산되면 중소 시행사들의 부동산 개발사업이 난항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