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콜 이행률' 80%도 안되는데…"왜 BMW만 운행정지?"

"왜 BMW 차주만 운행정지 명령을 받아야 합니까."(BMW 리콜 대상 차주)

국토교통부가 결정한 BMW 운행정지 명령에 과도한 조치라는 지적이 나온다. 리콜 이행률도 80%가 안 되는 상황에서 2주 만에 안전진단을 모두 끝내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의견이다.


특히 화재발생을 위험으로 리콜을 진행 중인 다른 자동차 제작사와 형평성에서도 문제 제기가 나온다. 현대·기아차는 화재 발생 위험을 이유로 현재 112만대를 대상으로 리콜을 진행 중이다.

14일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지난 5년(2013~2017년)간 평균 리콜 이행률(시정률)은 79.7%이다. 리콜대상 차량 554만대 중 441만대가 결함 부품을 교체하거나 수리를 받았다.

2013년 94.2%인 이행률은 2016년 76.7%, 지난해 63.5%로 떨어졌다. 리콜을 받을 수 있는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아 이행률이 떨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그만큼 리콜을 소비자가 인식하고 서비스를 받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의미이다.


이런 점에서 국토부의 BMW 운행정지 명령은 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긴급안전진단을 받지 않은 BMW 리콜 대상 차량에 대해 점검명령과 함께 운행정지 명령을 발동할 것"을 지자체장에게 요청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BMW가 결함이 있는 차량을 판매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전제하면서 "하지만 몇년간 진행된 리콜도 이행률이 100%가 안 되는데, 2주 만에 10만6000여대를 모두 안전진단하라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BMW에 따르면 지난 13일 밤 12시 기준 리콜대상 차량 10만6317대 중 9만6000여명에게 안내를 취해 8만4000여대가 안전 진단을 완료(7만9000여대)했거나 예약 대기 중이다. 2만2000여대가 아직 안전진단을 받지 못한 상황이다.

문제는 아직 연락조차 닿지 않은 1만여대의 차량이다. 휴가, 국외체류, 주소지 변경, 폐차 등의 이유로 연락이 안 되고 있다. BMW는 여신금융협회, 중고자동차매매조합, 렌터카사업조합 등에 협조를 통해 적극 연락을 취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토부는 이에 대한 뚜렷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형평성도 문제가 된다. 화재의 위험성 때문에 운행정지 명령을 내렸다고 하지만 뚜렷한 기준이 없다. 올해에만 BMW 외에도 현대차, 기아차, 아우디폭스바겐 등이 ‘화재 발생 위험’을 이유로 리콜을 진행 중이다.

현대차는 올 초 구형 ‘쏘나타(NF)’와 ‘그랜저(TG)’ 91만5283대를 엔진룸에서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며 자발적 리콜에 들어갔다. 기아차도 화재 발생 가능성이 있는 결함으로 ‘그랜드카니발’ 21만2186대에 대해 리콜을 진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뚜렷한 기준 없이 자동차 결함에 따른 운행정지 선례가 만들어 졌다"며 "이후 리콜에 혼란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국토부는 지난 6일 운행 자제 권고 이상의 조치에 대해서는 현행법상 근거가 없다며 운행정지 명령이 힘들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7일 국무회의에서 "국토부가 납득할 만한 사후조치를 취하라"고 질책한 뒤 운행정지 명령 카드를 꺼냈다. 업계에서는 여론에 떠밀려 국토부가 실효성 없는 운행정지 명령을 내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BMW 관계자는 "정부 당국의 조치에 적극 협조할 예정"이라며 "고객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마지막 고객 한 명까지 책임지고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BMW는 오는 16일부터는 평일 오후 10시, 주말 오후 4시까지 안전진단 서비스를 계속 시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