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화하는 美 재정상황…부채, 통제 불능 치달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 22일(현지시간) 워싱턴 내셔널빌딩뮤지엄에서 열린 낙태 반대 조직 수전 B. 앤서니 리스트의 11회 연례 행사에 참석해 연설을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중간선거가 치러지는 11월 이전에 추가 감세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AFP=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미국의 재정상황이 악화했다. 미 재무부가 13일(현지시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올해 8월까지 11개월 동안 미국의 연방정부 재정적자 규모는 8980억달러(약 1004조원)에 달했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33% 증가한 수준으로, 정부 지출이 3조8800억달러로 7% 늘어난 반면 세수는 2조9900억달러로 1% 늘어나는데 그치면서 적자 폭이 커졌다. 지난 8월에만 지난해 같은 달보다 두 배가량 늘어난 2141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미국의 재정적자가 지금과 같은 속도로 증가한다면 올해 적자 규모는 9000억달러를 훌쩍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2012년 1조869억5000만달러의 재정적자 이후 6년 만에 가장 많은 것이다. 이는 미 의회예산국(CBO)이 애초 예상한 올해 총 재정적자 8040억달러를 크게 웃도는 것이기도 하다.


미국의 연방정부 적자는 2008년 4585억5000만달러로 국내총생산(GDP)의 3.1% 수준이었지만 세계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재정지출이 늘면서 2009년 GDP의 9.8%에 달하는 1조4126억9000만달러로 급증했다. 이후 2010년부터 2012년까지 1조달러를 넘었으나, 이후 급격히 감소추세로 돌아서 2015년에는 GDP의 2.4%인 4384억9000만달러까지 축소됐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월 취임한 직후부터 대규모 재정지출과 감세를 통해 경기 부양에 나서면서 적자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연방정부 부채 부담도 통제 불능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현재 연방정부의 부채는 21조5000억달러(2경4035조원)에 달하지만, 이마저도 앞으로 10년간 1조5000억달러 증가가 예상된다. 지난해 12월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대폭 낮추는 대규모 감세안이 의회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법인세를 더 낮추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1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2단계 세제 개편안을 준비 중"이라며 "법인세율을 21%에서 20%로 낮추는 방안을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지지층을 결집을 위해 발언으로 해석된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정부는 감세로 경제가 성장하면 세수도 따라 늘어날 것을 기대한다"면서 "그러나 정부 지출이 늘고 있어 재정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도 감세 정책이 미국의 부채를 지속 불가능한 경로에 빠뜨릴 위험이 있다며 경기 과열 위험을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