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혁신' 원하면 소통부터 해라"

18일 오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블록체인 서울 2018' 참석자들이 스위스 크립토밸리협회의 세실리아 뮬러 첸 책임자의 사례 발표를 듣고 있다. /사진=뉴스1.

'균형 잡힌 시각'. 블록체인 선도국 관계자들이 한목소리로 강조한 내용이다. 블록체인 혁신 생태계 조성을 위해선 다양한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논의 구조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18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블록체인 서울 2018'의 'B7 서밋'에는 에스토니아·스위스·싱가포르·홍콩·리투아니아·바하마 등 블록체인 선도국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자국의 블록체인 혁신 사례를 공유하며 미래 방향성을 논의했다. B7 서밋에 앞서 블록체인 육성 및 부작용 최소화를 위한 공동노력을 약속하는 협약도 체결했다.


아세 사우가 에스토니아 암호화폐협회장은 "블록체인 기술자들과 함께 기술 이해를 바탕으로 한 규제와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유럽 소국 에스토니아는 세계 최초 블록체인 전자정부 시스템을 구축한 블록체인 선도국이다.

에스토니아 정부는 업계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블록체인 제도 기반을 구축했다. 사우가 협회장은 "에스토니아 정부는 2014년 암호화폐를 통화로 인정한 이후 다양한 기준, 법안 등 제도를 정비했다"며 "암호화폐 공개(ICO) 기준뿐 아니라 과거 러시아 돈세탁 문제를 반영한 부정부패 가이드라인도 제시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투자자 보호를 위해 좀 더 분명한 규제 마련도 검토 중"이라며 "암호화폐로 인한 예상치 못한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덧붙였다.

암호화폐 허브 국가로 도약 중인 스위스 사례에서도 소통의 중요성이 명확히 드러난다. 스위스 크립토밸리협회 책임자인 세실리아 뮬러 첸은 "블록체인 생태계에는 기업, 투자자, 사용자 등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이 존재한다"며 "규제당국은 이들과 많은 대화를 나눠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회계컨설팅업체 PwC에 따르면 스위스는 지난해 조달액 기준 세계 10대 ICO 가운데 4건을 유치할 정도로 ICO가 몰리고 있다. 첸은 "스위스 금융시장은 규제 혁신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며 "국가 차원의 의지를 기반으로 변화를 이끄는 게 스위스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블록체인 정책이 명확하지 않은 국가에선 업계 관계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자체 원칙, 행동강령을 만들고 모범사례를 유도하는 등 자체 규제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리투아니아의 빌리우스 사포카 재무부 장관은 "무엇보다 균형 잡힌 접근이 중요하다"며 "리투아니아는 블록체인 산업 육성을 위해 규제 샌드박스를 만들고 새로운 기관을 설립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이와 동시에 사이버 공격, 돈 세탁, 데이터 유출과 같은 위기 관리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ICO 관련 규제와 세제 원칙에 대한 포괄적인 기준 역시 마련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18일 오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블록체인 서울 2018'에서 기조연설하고 있다. /사진=뉴스1.

B7 서밋에 한국 대표로 참석한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는 "한국 정부의 정책 방향을 살펴보면 블록체인 혁신 기회를 살릴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며 "암호화폐 투기 현상만 볼 게 아니라 토큰 이코노미라는 새로운 경제모델이 기존 산업을 대체하는 변화의 본질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