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흔들릴 때 경쟁자 잘나가네

머니투데이

유희석 기자

미국의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가 보급형 차량 '모델3'의 생산 문제로 고전하고 있는 가운데 경쟁자들이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다. 기존 완성차 업계도 속속 전기차를 선보이기 시작하면서 전기차 선도업체라는 테슬라 아성이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는 이날 "빠르게 성장하는 전기차 시장에서 투자를 확대해 장기 성장의 기회를 잡겠다"며 미국의 전기차 스타트업 루시드모터스에 대한 10억달러(약 1조1262억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밝혔다. 사우디 국부펀드는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추진하던 테슬라 상장폐지(회사 비공개 전환) 계획의 가장 큰 투자자로 꼽혔으나, 결국 다른 전기차 업체로 투자를 돌린 것이다. 이 소식에 테슬라 주가는 이날 장중 한때 2%가량 급락했다. 이후 낙폭을 만회했지만, 올해 초와 비교하면 17% 가까이 떨어진 상태다.

루시드모터스는 테슬라 부사장 겸 이사 출신인 버나드 채가 테슬라 출신 직원들과 함께 2007년 실리콘밸리에 설립한 회사로 중국 칭(Tsing)캐피탈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현재 테슬라 '모델S'의 강력한 경쟁자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고급형 세단 '루시드 에어'를 개발 중이다. 사우디 국부펀드 자금도 루시드 에어 개발과 양산을 위한 공장 건설에 투입될 전망이다.

테슬라의 또 다른 경쟁자이자 '중국판 테슬라'로 불리는 전기차 스타트업 NIO도 지난 12일 성공적으로 나스닥에 안착했다. 이를 통해 10억달러를 조달했으며, 상장 다음날 주가가 75% 폭등할 정도로 투자자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중국계 윌리엄 리가 2014년 11월 중국에서 설립한 NIO의 강점은 높은 가성비다. NIO의 전기 SUV 'ES8' 가격은 6만5000달러 수준으로 경쟁 차종인 테슬라의 모델X 가격의 절반에 불과하다. 지난 7월 말 기준 이미 1만7000대의 구매예약을 받았으며, 이 가운데 500여대를 인도했다.

전기차 시장에서 독주하던 테슬라는 완성차 업체와도 점점 더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한다. 아우디와 재규어가 각각 'e-트론', 'I-페이스'라고 불리는 순수 전기 SUV 생산을 시작했으며, 다임러와 BMW도 앞으로 1~2년 내 전기 SUV 출시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 자동차 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일본의 토요타와 혼다 등도 앞으로 전기차 출시를 대폭 늘릴 예정이다.

테슬라는 첫 보급형 차량 모델3 생산 확대를 위해 고군분투 중이지만, 최근 배송 지연 문제까지 불거졌다. 일론 머스크 CEO는 지난 16일 트위터를 통해 "모델3 생산 지옥이 차량인도 지연이 돼 송구하다"며 "다만 이 문제는 훨씬 다루기 쉬운 문제로, 조만간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회사 인베스터스 비즈니스 데일리는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수백억 달러를 전기차 분야에 쏟아붓고 있다"면서 "테슬라는 모델3 생산을 늘리는 동시에 고급형 전기 SUV 시장에서 모델X의 점유율도 지켜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