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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퓨마 탈출 그 이후… '주토피아'는 없다

[유승목의 개人주의][동물권 TALK]열악한 환경에서 신음하는 동물원 동물들…"동물 전시 수준 끌어올려야"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입력 : 2018.10.04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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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100여년 전 영국의 사상가 헨리 솔트는 "모든 동물은 혈연관계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땅에서 함께 공존해야 할 공동체의 관점에서 동물의 권리를 존중하고 최소한의 삶의 질을 보장해야 우리도 성장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닐까요. 매주 목요일, 무심코 지나쳤던 동물에 목소리에 귀 기울여 보겠습니다.
지난달 30일 찾은 대전의 한 동물원. 야행성인 재규어가 낮잠을 자고 있지만 많은 관람객이 유리창을 두드리며 재규어의 잠을 깨웠다. /사진= 유승목 기자
지난달 30일 찾은 대전의 한 동물원. 야행성인 재규어가 낮잠을 자고 있지만 많은 관람객이 유리창을 두드리며 재규어의 잠을 깨웠다. /사진= 유승목 기자
평생 하늘은 철창 너머에 있었다. 본능은 산과 들을 거침없이 달리라고 외치지만 발을 디디고 선 곳은 그럴싸하게 꾸며 놓은 작디 작은 공간뿐이다. 천성이 야행성이라 낮에는 몸을 숨기고 쉬고 싶지만 대낮에 몰려든 아이들이 유리창을 두들기고 소리 지르는 통에 매일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이빨과 발톱을
사람들은 무서워하지만 나를 둘러싸고 구경하는 사람들도 내게 무섭기는 마찬가지다.

무기력하게 갇혀 지낸 지 8년, 문이 열렸고 지체 없이 내달렸다. 처음 맞이한 자유, 하늘에 철창은 없었다. 하지만 행복도 잠시 두려움이 몰려왔다. 사람들은 날 찾기 위해 분주했고 내가 편히 쉴 곳은 없었다. 겁 먹고 웅크린 곳은 고작 커다란 종이 박스 속. 내 동물로서의 본성은 날 때부터 이미 죽어 있었나보다.

휴가지에서 '자유로운' 시간을 보내던 중 휴대폰에 울린 '동물원 퓨마 탈출' 긴급재난문자를 본 뒤 든 생각이다. 퓨마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니 영화보다 끔찍한 현실이다. 영화 '올드보이'의 주인공은 15년을 감금 당하지만 결국 탈출해 갇히게 된 이유라도 알게 된다. 하지만 퓨마 호롱이는 날 때부터 영문도 모른 채 철창에서 구경거리로 일생을 보냈다. 탈출해도 찾아간 곳은 겨우 종이 박스였다. 당연히 가지고 있어야 할 '야성'은 없어 보였다.
[르포]퓨마 탈출 그 이후… '주토피아'는 없다
지난달 18일 대전의 동물원 '오월드'에서 8살 된 퓨마 '호롱이'가 탈출해 관람객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청와대에서도 대책 마련에 나설 정도로 국민적 관심이 집중됐고 결국 호롱이는 수색 4시간30여분 만에 총에 맞아 사살됐다. 다음날 오월드를 관리하는 대전도시공사 측은 시민 안전을 위해 사살했다고 밝혔다.

해명에도 불구하고 여기저기서 시민들의 비판이 터져나왔다. '사육 환경' 측면에서 동물의 권리와 행복이 전혀 고려되고 있지 않다며 동물원의 존재 자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늘었다. 일부 동물단체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동물원가지않기' 운동을 벌이기 시작했고 많은 시민들이 이에 동참하고 있다.

◇교육을 위한 동물의 희생, 효과 있을까
1909년 '창경원동물원'을 시작으로 처음 우리나라에 등장한 동물원은 이제 보편적인 나들이 장소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각 지자체에 등록(등록 진행 중인)된 동물원은 91개소(3만7421여 마리)에 달한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어린 시절 동물원으로 소풍을 떠나 평소에 보지 못한 동물들을 보며 신기해하던 추억이 있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 동물원은 말 그대로 '동물들의 천국'이다. '주토피아'(동물원+유토피아)라고 불리며 사람과 동물이 만나는 행복한 공간이자 좋은 교육장이라고 포장된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동물원에는 '사람'의 행복만 있을 뿐, '동물'의 행복을 찾기는 어렵다. 여전히 '가두고 전시해 구경한다'는 전제를 벗어나지 못하는 동물원은 동물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한다.
지난달 30일 찾은 대전의 한 동물원. 어린이 관람객들이 유리창을 발로 차거나 두드려 동물들을 놀래키고 있다. /사진= 유승목 기자
지난달 30일 찾은 대전의 한 동물원. 어린이 관람객들이 유리창을 발로 차거나 두드려 동물들을 놀래키고 있다. /사진= 유승목 기자
지난달 30일 호롱이가 탈출한 동물원 '오월드'를 찾았다. 탈출 사고가 불과 2주도 지나지 않았지만 동물원은 여전히 가족 단위의 나들이객으로 붐볐다. 많은 어린이들은 신기한 눈으로 동물들을 바라봤다. 자녀와 함께 동물원을 찾은 김모씨(33·남)는 "평소 보지 못한 동물들을 보면 교육적으로 좋지 않을까 싶어 (동물원을) 찾았다"고 말했다. 동물원의 여러 순기능 중 가장 대표적인 '관람·전시를 통한 올바른 정보 전달' 차원이다.

하지만 관람하는 모습에서 동물에 대한 존중은 보이지 않았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보이는 일본원숭이가 유리창 앞에 자리를 잡자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한 어린이는 유리창을 발로 차고 욕을 뱉으며 원숭이를 놀래켰다. 보다 못한 어미 원숭이가 새끼를 데리고 갔지만 어린이의 행동을 지켜보던 부모는 어린이를 말리지 않았다. 해당 행동에 대한 이유를 묻자 어린이는 "신기해서요"라고만 답할 뿐이었다.

퓨마와 재규어, 사막여우 등 야행성 동물들은 나른한 듯 낮잠을 청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두드리지 마세요'라는 문구에도 불구하고 관람객들이 유리를 두드리고 소리를 지르는 통에 잠을 자는 것이 어려워 보였다. 이같은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예민해지고 공격성이 강해진다. 2013년 시베리아 호랑이 '로스토프'가 사육사를 물어 사망에 이르게 한 것 역시 환경에서 온 스트레스가 원인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다.

그렇다고 이같은 관람 행위가 교육적으로 효과가 있어 보이지도 않았다. 대다수의 관람객들은 낯선 동물의 외양에 관심을 보였을 뿐 특별히 어떤 습성이나 특성을 가졌는지 관심을 두지 않았다. 실제 미국 시카고 링컨 동물원의 행동 분석 전문가인 스티브 로스의 연구에 따르면 동물원을 찾은 대다수의 관람객들이 원숭이에 대한 설명을 읽기보다 원숭이 구경에 관심을 보였다. 동물원이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교육적 가치'에 대한 의문이 꾸준히 제기되는 이유다.
지난달 30일 찾은 대전의 한 동물원의 원숭이가 공중에 좁게 만들어진 통로로 달리고 있는 모습(왼쪽)과 해당 동물원에서 생을 마감한 동물들을 위한 위령비의 모습. /사진= 유승목 기자
지난달 30일 찾은 대전의 한 동물원의 원숭이가 공중에 좁게 만들어진 통로로 달리고 있는 모습(왼쪽)과 해당 동물원에서 생을 마감한 동물들을 위한 위령비의 모습. /사진= 유승목 기자

◇좁고 불편한 환경, 마음까지 아파
동물들에게 동물원은 이유도 모른 채 '야성'(野性)을 박탈당하고 사람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감옥일 뿐이다. 퓰리처상 수상 작가 토머스 프렌치는 동물원을 두고 '야성을 잃어버린 동물들과 야성이 그리운 사람이 만나는 장소'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넓은 자연을 거닐며 지내야 하는 동물들은 좁은 우리에 갇혀 사회적 상호작용이 결여되고 여러 심리적 상처를 입는다.

우선 좁은 공간에 억지로 가둔다는 것이 큰 문제다. 퓨마는 야생에서 매일 40㎞ 이상을 돌아다닌다. 호랑이 등 고양이과 동물들이 이와 비슷하지만 사살된 퓨마 호롱이와 동물원 동료들에게 허락된 공간은 수십 미터에 불과하다. 동물원에서 가장 인기 많은 동물 중 하나인 북극곰의 활동 반경은 자연 상태에서 무려 2~3만㎢에 달하지만 동물원에선 아파트 한 채 정도의 공간에서 여생을 보내야 한다.

본래 서식지와 전혀 다른 환경에서 지내는 것도 곤욕이다. 추운 지방에 적합하게 진화한 북극곰에게 폭염은 생지옥이나 마찬가지다. 여름을 나기 위해 빵빵하게 틀어주는 에어컨이 북극곰의 본래 서식지를 파괴하는 온난화에 한몫 한다는 것도 아이러니다. 여름마다 얼음을 안고 있는 모습을 우리는 귀엽다고 바라보지만 이들에게는 말 그대로 생존을 위한 발악인 셈이다.
지난달 18일 대전동물원에서 사육사 관리 부실로 탈출했다 이날 밤 사살된 퓨마 '호롱이'의 생전 모습./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지난달 18일 대전동물원에서 사육사 관리 부실로 탈출했다 이날 밤 사살된 퓨마 '호롱이'의 생전 모습./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본성이 억눌린 채 평생을 갇혀 지내는데 정신이 건강할 리 없다. 좁은 공간과 불편한 환경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많은 북극곰들이 이상 행동을 보이거나 심지어 자해까지 한다. 2015년 에버랜드의 북극곰 '통키'가 정신질환의 일종인 정형행동을 보여 비판 여론이 일기도 했다. 동물권 연구가인 로버트 가드너 영국 레스터 대학 교수는 영국 동물원에 있는 북극곰의 60%가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처럼 열악한 현실이 알려지며 최근 동물원 폐지 여론이 나오고는 있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동물원이 사람과 야생동물이 처음 관계를 맺는 중요한 장소인 만큼 세계적인 추세에 맞춰 올바른 정보 전달 기능을 위해 동물 전시 수준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 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한국 동물원은 최대한 자연서식지와 유사한 환경을 조성하는 세계 동물원·수족관 추세에 뒤처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열악한 환경에서 고유의 습성을 잃은 동물을 관람하거나 오락의 대상으로 취급하는 시설에서 동물과 접촉하는 것은 교육적 의미가 없다. 오히려 동물 생태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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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로그인Yeongeui Ji  | 2018.10.04 11:05

동물을 유리창 안에 가둬놓고 관람하는게 아이들 정서에 어디가 교육적일지. 퓨마 사살사건 이후에 이모저모로 한 번 더 생각해보게 하는 좋은 기사네요. 좋은 기사 계속 연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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