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42% 지방에 있는데 투자는 16% 뿐…"예산 확대 절실"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하고도 성장 기회를 잡지 못하는 지방 소재 혁신벤처기업과 참신한 아이디어로 창업에 나선 지방 창업자를 육성하기 위해선 규제완화뿐만 아니라 예산과 세제지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8월9일자 본지 1면 ‘위기의 지역벤처’ 참조>

17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현재 벤처기업의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소재 비중은 42% 수준(신설법인 포함)이다. 중소기업만 해도 52%가 지방에 소재지를 뒀다. 반면 창업·벤처기업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탈(VC)은 전체 127곳 중 116곳이 수도권에 있다. 기업 절반이 지방에 있지만 자금은 수도권에 집중됐다는 의미다.


수도권과 지방간 투자규모 차이는 일자리에서도 나타난다. 조배숙 민주평화당 의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벤처투자를 받은 기업 550곳에서 2118명의 일자리가 늘어났는데 이중 90%에 해당하는 1921명이 수도권 기업에서 나왔다. 반면 지방은 고용감소가 나타난 곳도 있다.

여야 의원들의 지방벤처 활성화 요구는 어느 때보다 강하다. 조 의원은 “벤처투자 대비 지방투자 비중은 16%에 그친다”면서 “일자리 창출도 중요하지만 지역격차가 해소되지 않으면 문재인정부가 내세우는 국가균형발전은 요원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어기구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엔젤투자자의 수도권 기업 투자비중이 74%에 이른다”며 “엔젤투자가 전국적으로 확대돼 지역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주무부처인 중기부는 지방투자를 늘리기 위한 해결책 마련에 나섰다. 우선 지방 창업자와 투자자간 만남의 기회를 늘려야 한다는 생각이다. 일례로 지난 5월 발표한 ‘엔젤투자 활성화 방안’에 투자매칭 상담회인 ‘지역투자마트’ 신설이 포함됐다.


또 지역 창조경제혁신센터 내 엔젤투자 허브를 설치하고 지역 투자설명회를 연 30회로 확대했다. 아울러 지역특구법을 개정, 내년 4월부터 규제자유특구를 지정하고 창업자와 투자자, 대기업과 연구기관의 네트워킹이 용이한 스타트업파크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예산이다. 중기부의 지방계정펀드 출자예산 2000억원 등이 포함된 모태펀드 출자예산계획이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깎이면서 지방벤처 활성화 동력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지난해 모태펀드 출자 예산은 추가경정예산을 포함한 4500억원이 책정됐지만 내년에는 2500억원만 잡혔다. 중기부는 지방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2014년 지방계정을 신설하고 첫해 100억원의 모태펀드 출자예산을 확보했지만 올해까지 4년 연속 예산 반영에 실패할 위기에 처했다.

중기부가 모태펀드에 지방할당분을 늘린 것도 이같은 문제에서 나온 고육지책이다. 당장 올해 도입된 민간제안펀드에서 지역펀드 출자비율을 40%에서 60%로 상향하고 지방투자의무를 적용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지방벤처를 지원하는 모태펀드 출자예산이 별도로 책정되지 않다 보니 민간펀드의 지방투자를 강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지방기업의 투자는 지방의 자립도와 연결된 만큼 지방계정을 모태펀드 출자예산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