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전 중국에서 건너와 자수성가…3대째 나눔실천

김홍매 동원피닉스 대표./사진촬영=김휘선 기자.

"1996년에 중국에서 한국으로 귀화했습니다. 어렵게 자라 부모님께 물려받을 재산이 없어 한국에서 성공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의 '나눔정신'은 그대로 이어받아 딸과 함께 실천하고 있습니다."

경기도 포천에서 원단 개발 및 무역업체인 동원피닉스를 운영하는 김홍매 대표(49)는 27살의 나이에 고향인 중국에서 한국으로 건너와 연 매출 200억원 규모의 회사를 키워냈다.


김 대표는 포천에서 이웃들을 위해 기부와 봉사활동을 해오다 올 1월에 1억원 이상 고액기부자 모임인 사랑의 열매 '아너소사이어티'에 가입했다. 그는 "밥 한그릇이라도 다른 사람과 나눌 수 있을 때 엔돌핀이 가장 많이 돈다"며 "내가 잘 살아야 주변을 도울 수 있다는 생각에 늘 최선을 다해 살아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고 말했다.

◇불량품 맘에 안들어 귀화…원단공장 직접 돌며 창업=김 대표는 23살 때부터 친언니와 함께 중국 위해에서 도매업을 했다. 한국에서 배를 통해 실려오는 옷, 신발, 손톱깎기 등 각종 한국 제품을 구입해 중국에 팔았다. 그러다 물건이 마음에 들지 않아 직접 보고 제대로 된 물건을 사야겠다고 생각해 27살에 한국으로 귀화를 하게 됐다.

김 대표는 서울 동대문에서 직접 옷을 사서 중국에 있는 친언니에게 보냈지만 중국의 엄청난 수요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중국에선 티셔츠 10만~20만장을 주문하는데 한국에선 1만~2만장도 제 시간에 맞춰 생산하기가 힘들었다.


이에 김 대표는 완제품 대신 원단을 구매해 중국에 보내고 중국에서 봉제를 해 팔기로 했다. 김 대표가 원단 무역을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다. 하지만 동대문에서 사서 보내는 원단의 품질도 만족스럽지가 않아 28살 때 동원피닉스의 전신인 하림무역을 창업하고 좋은 원단을 구하기 위해 원단 공장을 일일이 찾아다녔다.

"동대문에서 원단을 직접 보고 주문해 중국에 보냈지만 물량이 워낙 많은데다 혼자 일하다 보니 검수를 제대로 할 수가 없었어요. 불량제품이 많아 고객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반품률이 높으니 손해가 컸어요. 이후 원단 공장을 직접 섭외해 생산을 맡기고 직원을 고용해 검수도 제대로 했더니 반품률이 확 떨어졌습니다. 동대문에서 원단을 사서 수출할 때보다 원가도 아낄 수 있어 그때부터 돈을 벌기 시작했죠."

김 대표는 어렵게 시작한 사업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부단히 노력했다. 중국에서 밀려드는 주문에도 납품기일을 맞추기 위해 비용이 더 들더라도 비행기로 물건을 보내는 등 '신용'을 생명처럼 여겼다. 약속을 지키다 보니 100만원을 주면서 원단 주문을 맡기던 고객이 수 억원을 맡기며 거래를 늘렸다.

김 대표는 어린 나이에 일을 시작했는데 주변 사람들이 도와줘 사업에 성공할 수 있었다며 감사한다. 그는 "20여년 전 어려운 시절에 경험도 많지 않은 나를 믿고 같이 일해준 분들이 있었기에 운 좋게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며 "그 때를 잊지 않고 주변에 어려운 분들이 있으면 최대한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홍매 동원피닉스 대표./사진촬영=김휘선 기자.

◇아버지에게 배운 '나눔정신' 딸과 함께 실천=김 대표는 어린시절 넉넉하지 못한 형편에도 남에게 베풀며 살았던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사업에 성공하고 나서 아버지의 뜻을 이해하게 됐다.

"교사였던 아버지는 한 달 급여 중 절반을 뚝 떼어 가전제품 부속품들을 사놓으셨다 온 동네에 고장난 텔레비전이나 라디오, 선풍기는 저희 집에서 모두 공짜로 고쳐주고 배달까지 하셨죠. 수리비는 술 한병이면 됐고요. 추운 겨울에 자식들에게는 따뜻한 스웨터 하나도 함부로 안 사주셨기에 남 좋은 일만 하는 아버지가 더더욱 얄미웠습니다. 하지만 저도 빈손으로 시작한 사업이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커지게되니 아버지처럼 베풀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 대표는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나눔정신'을 딸들에게도 전하고 있다. 김 대표의 첫째 딸인 김영화 휴림 대표(29)는 최연소 나눔리더에 가입해 사랑의 열매에 매년 100만원 이상을 기부하기로 했다. 둘째 딸과 셋째 딸도 경기도 포천시 소홀읍 봉사단체인 '1% 사랑나누기 운동본부'에 소액이나마 정기후원을 하며 나눔을 배워가고 있다.

김 대표는 "어린시절 내가 아버지에게 그랬던 것처럼 딸들도 처음에는 '엄마는 기부는 많이 하면서 나에겐 주지 않는다'고 불평했지만 지금은 흔쾌히 나눔에 동참하고 있다"며 "딸들이 조금 더 커 능력이 되면 더 많이 기부를 했으면 좋겠고 나중에는 '엄마가 잘 했구나' 하는 마음을 갖게 될 거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기업인으로, 나눔실천으로 2번의 대통령 표창=김 대표는 2002년 한국무역협회에서 기업인으로 대통령 표창을 받은데 이어 지난달에는 사랑의 열매에서 나눔활동을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김 대표는 '1% 사랑나누기 운동본부'의 재단 이사로 매일 노인 50여명의 점심식사를 제공하고 다문화 여성의 친정 방문 등도 지원하고 있다. 또 서울역의 노숙인 무료급식소 '참 좋은 친구들'에도 기부를 하고 있다. 고려대 경영대 후배들을 위해 장학금도 전달했다.

김 대표는 나눔은 여건이 될 때 하겠다고 미루는 것이 아니라 단돈 1만원이라도 당장 실천하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요즘 1만원이면 커피 한두 잔 값에 불과하지만 그 작은 돈이라도 기부를 시작하는게 어렵다"며 "멀리 있는 이웃을 큰 돈으로 도우려 할게 아니라 주변의 어려운 사람부터 도와주는 작은 실천을 통해 나눔의 기쁨을 느꼈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