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보험 이어 은행도 연말 대규모 희망퇴직

보험, 카드 등 2금융권의 구조조정 칼바람이 은행권까지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주요 시중은행들은 연말 희망퇴직을 예고하며 인력 감축에 나설 예정이다. 은행마다 점포 통·폐합에 나서면서 수년째 구조조정 움직임이 거센 가운데 정부가 신규 채용 확대를 주문하면서 시니어 은행원을 대상으로 인력 조정 필요성이 커졌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다음달 희망퇴직 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은행 관계자는 “임금피크제 직원에 대한 희망퇴직 기회를 제공한다는 2015년 노사 합의에 따라 올해 말에도 희망퇴직이 진행될 것”이라며 “정확한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다음달 중 희망퇴직 접수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말 희망퇴직 신청 접수를 통해 올초 400여명이 떠났다.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다소 적은 수준이 짐을 쌀 것으로 보인다.
매년 부지점장급 이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해 온 신한은행도 연말 신청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말 희망퇴직 신청 접수를 받아 올초 700여명이 떠났다. KEB하나은행은 이미 올해 8월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만 40세·근속기간 만 15년 이상 임직원을 대상으로 준정년 특별퇴직 신청을 접수 받아 274명이 짐을 쌌다.

지난해 9월 1000여명이 한꺼번에 회사를 떠났던 우리은행의 경우 연내 대규모 희망퇴직을 실시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에는 민영화 이후 첫 희망퇴직으로 이전보다 특별퇴직금을 대폭 인상하면서 신청자가 몰렸지만 지금은 내년 초 금융지주사 전환으로 상황이 달라졌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지주사 전환 이후 자본비율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대규모 비용이 수반되는 희망퇴직 시행은 어렵다”며 “지주사 전환 이후에나 검토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책은행의 경우 연내 희망퇴직 추진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희망퇴직 비용의 주도권을 기획재정부가 쥐고 있기 때문이다. 기재부와 금융위원회는 올 6월부터 금융공기업 퇴직자에 대해 지금보다 더 많은 위로금을 지급하는 내용이 포함된 ‘희망퇴직 가이드라인’ 제정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국책은행 관계자는 “임금피크제에 들어선 시니어 직원 상당수가 희망퇴직을 원하고 있으나 현재 위로금이 너무 낮아 희망퇴직을 선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4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IBK기업은행, KDB산업은행, 수출입은행이 퇴직자에게 지급한 퇴직비용은 1인당 평균 각각 1억1200만원, 5100만원, 5000만원으로 19개 은행 평균(1억5900만원)에 크게 못 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