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시대 '새 먹거리', 경자구역에서 찾는다"

김용채 산업통상자원부 경제자유구역기획단장/사진=권혜민 기자

경제자유구역(경자구역)은 한국을 '동북아 비즈니스 허브'로 육성하기 위해 2003년 도입됐다. 외국인투자를 촉진하고 지역 간 균형발전을 위해 입주기업에 조세감면, 규제특례 등을 지원한다. 하지만 15년째 실효성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이에 정부는 '제2차 경제자유구역 기본계획(2018~2027)'을 마련했다. 경자구역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신산업의 요람'으로 육성하기로 했다.

이런 경자구역 제도의 새 판을 짜고 있는 이가 있다. 김용채 산업통상자원부 경제자유구역기획단장(사진)이다. 지난 15일 정부세종청사 집무실에서 만난 김 단장은 새 기본계획의 핵심 목표를 '기본으로 돌아가자'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행 경자구역 제도에 대해 "개발에 치우쳐 '자유 없는 경자구역'으로 전락했다"고 진단하며 "다시 본래 취지로 돌아가기 위해 '자유'에 초점을 맞췄다"고 강조했다.


2차 기본계획의 키워드는 '혁신성장'이다. 김 단장은 경자구역의 의의를 "새 먹을거리 찾기"에 뒀다. 과거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우리 산업구조를 경공업에서 중공업으로 전환했듯,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먹을거리가 될 신산업 분야를 경자구역에서 육성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10년 후엔 우리 경제를 경자구역이 먹여 살릴 것"이라고 말했다.

마침 여건도 조성됐다. 우선 시급한 개발은 어느 정도 완료됐다. 전체 지정 면적 대비 개발이 완료된 구역을 나타내는 개발률은 꾸준히 상승해 지난해말 기준 78.4%가 됐다. 9월엔 '규제 샌드박스' 3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정부는 경자구역을 테스트베드로 삼을 방침이다. 김 단장은 "산업시설과 대학, 연구·지원기관 등 혁신생태계가 구축된 경자구역에서 규제 3법을 적용하기 위해 사례를 발굴 중"이라고 말했다. R&D(연구개발)센터 같은 기반시설을 만드는 등 산업별 지원수단도 총동원할 생각이다.

김 단장은 경자구역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1순위 과제로 '산업생태계 구축'을 꼽았다. 경자구역은 결국 각 지역이 어떤 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삼을지 찾는 곳인 만큼 무조건적인 개발보단 산업육성에 대한 고민이 먼저라는 생각에서다. 그는 "지역별로 산업지도를 그려봤을 때 필요한 기업, 기술 등 생태계에서 빠진 사슬을 찾아 넣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경자구역 간 중복 문제에 대해선 "조선업의 경우 부산은 기자재, 대불산단은 조립에 특화돼 있듯 산업 내에서 역할분담이 이뤄져 협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면 된다"고 했다.


그는 현재 기업 유치 실적 등 성과가 미진한 것으로 평가받는 동해안권 경자구역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향후 신북방정책의 핵심 지역이 될 잠재력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김 단장은 "동해항이 있는 데다 KTX 등 내부 물류망이 갖춰져 가는 만큼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러시아와 연결된 북방협력의 중심지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