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산유량 역대 최대…油價 하락 어디까지?

머니투데이

유희석 기자

아랍권 최대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의 산유량이 이달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할 전망이다. 반면 세계 경제 성장 둔화로 원유 수요는 줄면서, 국제 유가가 하락을 거듭하고 있다. 미국의 셰일원유 생산도 꾸준히 늘면서 내년에도 유가가 하향곡선을 그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사우디 에너지 장관 칼리드 알팔리는 22일(현지시간) "지난달 원유 생산량이 1070만배럴 이상"이라고 말했다. 이는 역대 최고였던 2016년 11월에 기록한 하루 1072만배럴에 근접한 수치다. 업계에서는 사우디의 원유 생산량이 이달 하루 1080만~1090만배럴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알팔리 장관의 발언에 대해 "사우디가 산유량을 사상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음을 강력히 시사한다"면서 "이달 들어 하루 1100만배럴 이상 공급한 날도 있었다"고 전했다.

사우디가 원유 생산량을 늘린 이유는 우선 미국의 이란 제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지난 3월 '이란 핵 합의' 탈퇴를 선언하고 이란의 원유 수출을 막기로 하면서 원유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중국, 인도, 일본, 한국 등 이란산 원유를 많이 수입하는 국가들을 예외로 두면서 지난달부터 유가가 내림세로 돌아섰다.

미국에서 활동하던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 사건도 변수가 됐다. 시신을 토막 내는 잔인한 살해 방법이 알려지면서 사우디 정부와 왕실이 국제적으로 큰 비난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사건을 교묘히 이용해 사우디가 원유 생산을 줄이지 못하도록 압박했다. 카슈끄지를 살해한 사우디를 두둔하면서, 대가를 요구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에도 "유가 하락을 이끈 사우디에 감사한다"면서 "유가가 더 내려가길 원한다"고 했다.

투자회사 JP모건은 유가 내림세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며 내년 브렌트유 평균 가격 전망치를 기존 배럴당 83.5달러에서 73.0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JP모건의 스콧 달링 아시아·태평양 원유사업 대표는 "미국의 셰일원유 생산이 내년 하반기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2020년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64달러까지 내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사우디가 유가 하락을 용인하며 무한정 지금의 생산량을 유지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알팔리 장관도 "원유 수요에 대응하겠지만 공급 과잉을 초래하진 않겠다"고 강조했다. 사우디는 이미 다음 달부터 원유 선적량을 하루 50만배럴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들도 다음 달 6일 회의를 열고 내년부터 원유 생산량을 줄이기로 할 것으로 예상된다. 달링 대표는 "원유시장의 수급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OPEC이 하루 120만배럴 가량 생산을 줄여야 할 것"으로 추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