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의 첫 임원인사 코드는 '은행-보험' 권역파괴(종합)

금융감독원이 부원장보 3명을 교체하는 임원인사를 18일 단행했다. 이번 인사는 윤석헌 금감원장이 취임 후 8개월여 만에 처음으로 실시해 금융권에 관심이 쏠렸다. 윤 원장의 첫 임원인사 키워드는 '권역 파괴'와 '윤 원장의 소신'으로 요약된다.

윤 원장은 보험권역 출신을 은행담당 부원장보에, 은행권역 출신을 보험담당 부원장보에 앉히는 '권역파괴' 인사를 했다. 보험 출신이 은행담당 임원 자리에 앉은 것은 금감원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당초 은행권역 출신이 보험담당 부원장보에 유력하게 거론되자 금감원 내에서 '은행-보험 권역'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다. 권역간의 교차 인사를 통해 윤 원장은 이 같은 갈등을 잠재우면서도 당초 계획대로 '소신 인사'를 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윤석헌 인사코드 '권역파괴'…보험권역 출신 첫 은행 부원장보에=윤 원장은 이날 8명의 부원장보(회계담당 전문심의위원 포함시 9명) 가운데 3명의 임원을 교체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윤 원장은 부원장보 인사를 앞두고 9명의 부원장보에 전원 사표를 요구했는데, 설인배 보험담당 부원장보가 사표 제출을 거부하면서 막판 '변수'로 작용했다. 이 과정에서 은행권역 출신의 이성재 전 여신금융검사국장이 보험담당 임원에 유력하게 거론되면서 보험권역 직원의 반발도 거셌다.

김동성 부원장보

꼬일대로 꼬인 인사를 풀기 위해 윤 원장은 '권역파괴' 인사를 선택했다. 은행담당 부원장보에 보험감독원 출신의 김동성 전 기획조정국장(63년생)을 임명한 것이다. 신임 김 부원장보는 전주 신흥고등학교,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91년 보험감독원에 입사했다. 그는 보험검사국, 보험계리실 등을 거쳐 2015년 국실장에 승진한 다음에는 주로 공동권역인 금융상황분석실, 감독총괄국 등을 맡았다. 직전 기획조정국장을 지내 기획·경영 담당 부원장보가 유력시 됐으나 결국 은행담당 부원장보에 낙점이 된 것이다.

장준경 부원장보

윤 원장은 대신 '소신' 대로 이성재 전 여신금융검사국장(63년생)을 보험담당 부원장보 자리에 앉혔다. 부산 출신의 이성재 부원장보는 브니엘고등학교, 부산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1988년 은행감독원에 입사해 신용감독국, 런던사무실, 기업금융개선국 등을 거쳤다. 그는 보험권역에서 보험영업검사실, 보험준법검사국을 거쳐 '보험검사'에도 전문성을 키웠다. 특히 보험준법국에서 수년째 끌어온 자살보험금 사태를 마무리 지어 향후 즉시연금 사태를 해결할 적임자로 꼽혔다.

윤 원장으로서는 '김동성-이성재 부원장보'의 교차 인사로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 됐다. 보험권역 출신을 금감원 최초로 은행권역으로 보내 보험권역 불만을 잠재우면서 동시에 소신대로 이성재 부원장보에게 보험권역을 맡길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성재 부원장보

증권 담당 부원장보 가운데 공시·조사 담당 부원장보 자리는 장준경 전 인적자원개발실장(64년생)이 맡는다. 장 실장은 광성고등학교, 건국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86년 증권감독원에 입사했다. 그는 증권검사 1국, 총괄조정국, 자본시장조사1국 등을 거쳤으며 국실장으로는 자산운용감독실장, 기업공시국장, 자본시장감독국장, 총무국장 등을 지냈다. 직전에는 인적자원개발실장을 맡았다.

◇후속 부원장 인사는 숙제로…금융위와 갈등 어떻게 푸나=3명의 신임 부원장보에게 자리를 내주고 오승원 은행담당 부원장보, 조효제 공시조사 부원장보는 이번에 자리에서 물러난다. 다만 막판까지 사표 제출을 거부한 설인배 부원장보는 후선 업무를 맡게 된다.

일각에선 업무배제 등이 검토된 것으로 전해졌으나 임원 자리는 그대로 유지된다. 금융위원회 설치법상 금감원 부원장보 자리는 9개(회계 전문심의위원 제외)다. 설 부원장보까지 포함해 9명 전원이 채워진 셈이다. 다만 윤 원장이 당초 3년 임기를 보장했다가 1년 만에 부원장보 3명을 교체해 논란은 여전히 남았다. 설 부원장보의 인사 반발도 아직 풀어야할 과제다.

금융위원회와의 인사 갈등도 여전하다. 윤 원장은 당초 은행, 보험·소비자 권역 부원장 교체를 추진했으나 금융위 반대에 부딪혀 부원장보 인사만 먼저 했다. 금융위가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로 갈등을 빚은 자본시장 권역 부원장 교체를 요구하면서 부원장 인사는 무산됐다. 후속 인사를 하려면 금융위와 갈등을 풀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