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0조 '그림자금융', 시스템리스크 관리 전방위 강화

정부가 전체 금융시스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는 비은행권의 시스템리스크 관리를 위해 전방위적인 규제를 시작한다.

RP(환매조건부채권) 차입이 비중이 큰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에 '현금성자산 보유비율 규제'를 도입하고 법인 MMF(머니마켓펀드)는 시가평가한다. ELS(주가연계증권)·ELD(지수연동예금) 등 파생결합증권은 기초자산이 특정지수에 쏠리지 않게 관리한다.


외화채권 보유를 늘리고 있는 보험사는 외화채권과 환헷지간 만기차가 클 경우 자본을 추가로 적립토록 하고 여신전문금융회사의 유동성리스크 관리 기준이 신설된다.

금융위원회는 24일 김용범 부위원장 주재로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등과 함께 '비은행권 거시건전성 관리 테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이같은 대책을 발표했다. 비은행금융중개는 과거 '쉐도우뱅킹(그림자금융)'이라 부르던 시장을 의미한다. 2016년말 기준으로 국내 비은행금융중개 규모는 1800조원으로 2008년 이후 연평균 11.2%씩 증가했다.

고금리, 고수익 자산 선호 현상으로 비은행권 총자산 규모 역시 지난 10년간 급속히 커졌다. 2008년 은행권 총자산(2023조원)의 절반 수준이던 비은행권 총자산(1031조원)은 지난해 1분기말 기준으로 2582조원으로 배 이상 증가했다. 은행권 총자산(2768조원)에 육박해 가고 있다.


하지만 은행권은 시스템리스크를 관리할 제도들이 확충돼 왔지만 비은행권은 개별 금융회사의 건전성 관리에 초점을 맞춰왔다.

특히 우리나라는 경제규모에 비해 비은행금융 비중이 큰 편이다. 명목GDP 대비 비은행금융중개 규모는 129.4%(2016년말)로 캐나다, 중국, 스위스, 미국에 이어 5위를 차지하고 있다.

김용범 부위원장은 "비은행권은 고수익‧고위험 추구, 복잡한 거래 형태와 높은 상호연계성 등의 속성으로 인해 리스크 요인이 언제든 싹을 틔울 수 있는 영역"이라며 "비은행권을 주목하고 적절히 관리해 나가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정부는 4개월여의 TF 논의를 거쳐 RP시장, 채권대차시장, MMF, 자산유동화, 증권사 파생결합증권, 증권사 채무보증·대출, 보험사 환헤지, 여전사 자금조달, 부동산 금융 등 10가지 분야를 규제 대상으로 정했다.

일평균 75조원에 달하는 RP 시장의 리스크 관리를 위해 RP 차입 비중이 큰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대상으로 RP차입규모에 연동하는 '현금성자산 보유비율 규제'를 도입키로 했다. 은행 등 시장참가자가 RP매수시 담보증권 특성과 차입자 신용위험이 반영된 최소증거금율을 마련해 적용키로 했다.

'펀드런'(대규모 환매 요청) 위험에 노출돼 있는 MMF는 시가평가가 도입된다. 정부는 법인 MMF 중 국채, 통안채, 은행예금 등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자산의 편입비율이 30% 이하일 경우엔 기준가격에 시가평가 방식을 도입하되 2년의 유예기간을 부여할 계획이다. 대신 가중평균 잔존만기 한도는 현행 75일에서 120일로 완화한다.

비유동성 자산을 증권으로 변환시켜 현금화하는자산유동화 시장에선 등록-비등록 유동화증권간 규제 차익을 해소한다. 비등록 유동화증권도 등록 유동화증권과 동일한 수준으로 공시 의무를 강화하고 유동화증권 발행자가 증권의 일부를 보유토록 하는 규제 도입을 검토키로 했다.

ELS·ELD 등 파생결합증권은 변동성이 높은 기초자산에 과도하게 쏠리는 리스크를 제어할 수 있는 지표를 도입해 관리한다. 개별 증권사 또는 전 증권업의 변동성가중자산 비율이 특정기준을 넘어서면 리스크관리 강화 조치를 시행한다.

보험사의 외화증권 투자가 증가함에 따라 환헤지 리스크 관리도 강화한다. 2013년말 61조원이던 보험사의 외화증권 보유액은 2018년 6월말 239조원으로 급증했다. 특히 외화증권은 장기채 중심인 반면 환헤지는 대부분 1년 이하 외환스왑을 이용하고 있어 차환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 정부는 외화채권과 환헤지 간의 만기차가 과도할 경우엔 요구자본을 추가로 적립토록 할 방침이다.

개별 여전사별로 유동성리스크 관리 기준을 신설하고 여전업권 전반에 대해선 매년 유동성리스크 평가를 실시키로 했다.

정부는 금융 유관기관간 정보공유를 확대하고 '거시건정성 분석협의회'를 신설키로 했다. 또 2014년말로 규정돼 있는 금융안정기금 운용 시한은 연장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