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20일, 남북미중 '종전선언'에 주목…文 베트남행도 변수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오는 27~28일 베트남으로 정해진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테이블에 합류할 수 있을 지 여부가 관건이다. 남북미중 4개국 정상이 종전선언을 한 번에, 혹은 순차적으로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 게 최대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6일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이번 제2차 북미 정상회담에 합류하는 것을 아직까지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북미 정상회담 계기 베트남행은 현재 그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상황은 언제든 변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이날부터 평양에서 진행하고 있는 실무회담의 결과물에 따라 문 대통령의 베트남 테이블 합류 가능성 여부를 검토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문 대통령의 합류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은 종전선언 때문이다. 비건 대표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스탠퍼드대 강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을 끝낼 준비가 됐다"고 하며 북측의 비핵화 조치에 대한 상응조치로 종전선언을 준비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6·25 전쟁 정전 상황을 종식하는 선언이 이뤄질 경우 전쟁 당사국인 대한민국이 빠질 수 없다는 게 우리 측의 판단이다. 같은 이유로 지난해 6월 제1차 북미 정상회담 때에도 문 대통령은 끝까지 회담 장소였던 싱가포르행 여부를 타진했던 바 있다.

중국이 이번 회담 테이블에 합류할 분위기가 감지되는 것도 변수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신년 국정연설을 앞두고 주요 방송사 앵커들에게 제2차 북미 정상회담 계획을 설명하면서, 이달말에 시 주석을 만날 것이라 밝혔다. 북미-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예정된 것이다.

일단 정부는 종전선언 테이블에 중국이 참여하는 것은 막을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남북-북미 간에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시 주석을 후견인으로 내세우고 있다. 중국 역시 6·25 전쟁의 당사국으로 명분까지 갖췄다.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도 북핵 이슈를 미중 무역전쟁과 연계하는 모습을 보이는 중이다. 이달말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과 만날 경우, 무역전쟁에서 일정 수준의 양보를 얻는 대신 한반도 비핵화 협상의 한 자리를 내주는 방식으로 동북아 문제를 일단락 지을 가능성도 배제 못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청와대는 북미중 간 접촉 보다는, 남북미중 4자 협상을 통해 종전선언을 하는 것을 바랄 수밖에 없다. 베트남에서 남북미중 4자 종전선언의 기회가 세팅이 돼 서명까지 이뤄진다면, 그 자체가 북핵 해결의 상징성을 가진 이벤트가 될 수도 있다 .

제2차 북미 정상회담까지 남은 시간이 촉박하기 때문에 무리하게 문 대통령의 베트남행을 추진하지 않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라는 카드를 여전히 갖고 있다. '북미→미중→남북'으로 이어지는 연쇄 협상 테이블은 이미 예정된 일정이다. 김 위원장의 답방은 3~4월로 거론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9월 평양에서 남북은 사실상 불가침 조약에 합의했던 바 있다. 2월 말 예정된 북미-미중 정상회담을 남북 간 불가침 조약을 확대하는 과정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베트남에서 합의한 종전을, 서울에서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추인·동의한다는 서명을 한다면 종전선언이 완료될 수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종전선언 및 문 대통령의 베트남행 추진 여부는 아직 확정적으로 말할 단계가 아니다"며 "비건 대표의 평양 실무협상을 일단 보고, 그에 대한 평가가 나온 후 고려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워싱턴D.C. 연방의사당 하원 회의장에서 실시한 신년 국정연설에서 "오는 27~28일 베트남에서 김 위원장과 만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베트남의 어떤 도시에서 회담을 할지는 언급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