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만에 찾아온 IMF판 '종합검사'...감독체계 영향주나

IMF(국제통화기금)가 6년 만에 한국의 금융부문 평가(FSAP 평가)에 착수하면서 금융감독 독립성 문제가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IMF는 직전평가에서 정권이 바뀔 때 마다 금융당국 수장이 교체되는 관행을 문제 삼았다. IMF는 사전평가에서 대기업 집단소속 금융회사의 시스템 리스크에도 관심을 보여 금융그룹 통합감독체계 개편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1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IMF FSAP 평가단은 지난 12일부터 이날까지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등을 사전방문했다. 평가단장을 맡은 IMF 통화자본시장국 부국장은 지난 13일 윤석헌 금감원장과 면담을 진행했다.


FSAP은 IMF 회원국 금융부문의 국제기준 충족 여부와 금융시스템 안정성 등을 평가하는 프로그램으로 주요국 29개 국가 등이 5년 주기로 평가 받는다. 한국은 2003년과 2013년에 이어 올해 3번째 평가를 받는다.

평가단은 3일간의 사전조사 후 3월~6월 서면질의·답변을 통해 올해 평가주제를 선정한 뒤 8~9월, 12월 두 차례 방문평가를 한다. FSAP평가는 국가신인도와 직결되는데, 한국은 직전 평가에선 사실상 '낙제점'인 미준수 평가점수를 대거 받은 적이 있다.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이 IMF 이사회 멤버였던 2013년 당시 금융당국은 IMF 현지를 찾아 윤 수석을 통해 사전평가 내용에 대해 해명하느라 진땀을 빼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세 번째 평가에 대비하려고 지난해 9월부터 금융위를 중심으로 평가대응 추진단을 꾸린 바 있다.

6년만의 평가에서 가장 민감한 대목은 '금융감독의 독립성'이다. IMF는 지난 평가에서 금융위가 국무총리실 산하 조직으로 돼 있어 감독기구 독립성 침해 소지가 있다며 '사실상 미준수' 점수를 줬다. 금융위·금감원이 정치적인 간섭을 받지 않도록 감독체계 개편 필요성도 지적했다. 무엇보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금융위원장 등이 교체돼 독립성이 저해될 소지가 있다고 평가했다.


감독체계 개편은 문재인 정부 공약사항이었지만 현재 수면 아래로 내려간 상태다. 더구나 금융감독 독립성을 주장해 온 윤 원장이 취임한 이후 금융위·금감원 간 갈등이 깊어 올해 평가 결과가 주목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다만 "IMF도 금융위-금감원간 갈등을 알고 있고 감독체계 개편 이슈의 민감성을 파악하고 있는 만큼 드러내 놓고 문제제기를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IMF는 올해 금융그룹 통합감독 체계를 본격적으로 들여다 볼 것으로 예상된다. 사전조사에서도 대기업 집단의 금융그룹의 위험 전이와 시스템 리스크 등을 질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당국은 삼성·한화·교보·미래에셋·현대차·DB··롯데 등 7개 금융그룹에 대해 통합감독을 하고 있지만 관련법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해 강제력 없는 모범규준으로 운영 중이다. IMF 평가 결과에 따라 통합감독 법 제정에 속도가 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