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브레인, '400억 공시' 유증 실제론 20억↓… 이유는?

카카오 (47,300원 ▼100 -0.21%)의 인공지능(AI) 자회사 카카오브레인이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유상증자를 진행한다. 카카오브레인의 공시상 유상증자 규모는 410억원이 넘는다. 하지만 실제 유증 규모는 20억원을 밑돌 전망이다. 최대주주 카카오가 신주 인수 권리를 포기, 400억원에 달하는 실권주가 발생해서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카카오브레인은 지난 15일 410억9500만원 규모의 보통주 41만950주를 주주배정 방식으로 유증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주당 발행가는 10만원이며, 납입일은 오는 3월 13일이다.


실제로 발행되는 신주 규모는 20억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카카오브레인 지분율이 97%에 달하는 카카오가 신주 인수 권리를 포기하기 때문이다. 카카오브레인 주식을 보유한 임직원들만 신주를 인수한다. 이들의 지분율은 3%에 불과하다. 카카오가 신주를 인수하지 않으면서 신주 41만950주 가운데 40만주가 실권주가 된다. 카카오브레인은 실권주 중 극히 일부를 새로 입사한 임직원들에게 배정될 예정이다. 카카오는 "카카오브레인 경영진과 구성원들의 참여도를 최대한 높이기 위해 카카오브레인 구성원의 참여로만 이뤄지는 유상증자"라며 "카카오는 이번 유증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카카오가 대규모 실권주가 발생하는 이런 방식을 택한 이유는 주주배정 증자 시 모든 주주에게 신주를 인수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해야 하는 법적 규정 때문이다. 상법은 '주주는 그가 소유한 주식 수에 비례해 신주 배정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한다. 발행주식총수 30% 이하 일반공모, 주식매수권 행사, 코스닥 및 코스피 상장 등 예외 조항이 존재하지만, 카카오브레인의 이번 유상증자는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카카오 관계자는 "상법상 규정 때문에 모든 주주들을 대상으로 유상증자를 진행하는 것"이라며 "법무법인의 법적 검토를 받았다"고 밝혔다.

카카오브레인은 카카오가 AI R&D(연구개발)를 위해 2017년 2월 설립한 완전자회사다. 설립 당시 카카오 창업주 김범수 이사회의장이 적접 대표를 맡아 AI R&D를 진두지휘했다. 지난해 10월부터는 박승기 CEO가 카카오브레인을 이끌고 있다.


카카오는 초기 자본금 200억원으로 카카오브레인을 설립한 뒤 지난해 1월 200억원을 출자한 바 있다. 카카오브레인은 AI 기반 기술 개발과 연구 생태계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스켈터랩스, 토룩, 럭스로보 등 AI, 로보틱스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투자도 단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