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담판 D-4···美 협상전략 '윤곽', 北 비핵화카드 '깜깜'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2차 북미 정상회담이 나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미국의 협상 전략이 점차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반면 북한이 내놓을 비핵화 카드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북미는 23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비핵화-상응조치' 의제와 합의문 문구를 조율하는 실무협상을 이어간다.

미국은 영변과 풍계리·동창리 등 핵·미사일 생산시설·시험장의 가동 중단(동결)을 시작으로 사찰·검증·폐기를 거친 후 포괄적 신고와 모든 대량살상무기(WMD)의 전면 폐기로 이어지는 '단계적 로드맵'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정상회담에선 가장 낮은 단계의 비핵화 조치인 '동결'(freeze)에 우선 순위를 둘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종전선언과 북미 연락사무소 개소, 남북경협 재개 카드, 대북제재 완화·해제 등이 비핵화 진전의 각 단계마다 상응 조치로 맞물릴 전망이다.

미 고위 당국자는 지난 21일(현지시간) 북미 정상회담 의제와 관련해 △모든 WMD와 미사일 프로그램의 동결 △비핵화의 개념에 대한 공유된 이해의 진전 △최종적 로드맵을 향한 협력 등을 관심 사안으로 언급했다.

이번 회담의 주요 의제가 될 비핵화 조치로 미 당국자가 WMD 동결 문제를 처음 거론한 것이다. "단지 핵·미사일 실험을 원하지 않는다", "이번 만남이 마지막이라곤 생각하지 않는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결이 같다. 핵 동결부터 완전한 비핵화까지 가는 장기전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고위 당국자의 말대로 비핵화 개념과 WMD 동결이 주요 의제라면 북미의 기본적인 입장 차이는 상당히 큰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은 비핵화를 북핵 폐기로 정의한다. 반면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를 미국의 핵우산 철수를 포함하는 개념으로 인식한다. '동결'의 경우 비핵화 프로세스에서 '폐기'보다 초기 단계의 조치다. 워싱턴 조야에서 2차 회담이 북핵 폐기가 아닌 핵 동결에 그칠 것이란 이유로 회의론이 나온 배경이다.

미국이 정상회담을 코앞에 두고 '비핵화-상응조치'의 얼개를 적극 공개하는 건 북한의 실질적인 비핵화 행동을 이끌어내기 위한 협상 전략이란 분석이 나온다. '설득'과 '압박'을 병행하는 양동 작전이라는 것이다. 반면, 북한은 정상회담 의제를 포함해 모든 사안에 대해 '깜깜이 전략'으로 임하고 있어 대조를 이룬다.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 사실조차 대내 선전을 자제하는 신중함으로 일관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평양-하노이' 동선 등도 아직 베일에 싸여 있다. 체제와 정권의 명운이 걸린 세기의 담판인 만큼 최대의 성과를 위해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북미는 이날 베트남 하노이에서 사흘째 핵심 의제 및 합의문 조율을 위한 실무협상에 나선다.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와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21일 첫 회동에 이어 전날 오전부터 늦은 밤까지 '마라톤 협상'을 진행했다. 한국 북핵수석대표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전날 하노이에 합류했다. 이 본부장은 비건 대북대표와 협상 전략을 공유하고 북미 협상을 중재·촉진하는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