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조 고용부 OCIO 잡자…NH-한투-KB '혈투'

10조원 규모의 고용노동부 고용보험기금의 전담운용기관(OCIO) 자리를 놓고 NH투자증권 (12,930원 ▲30 +0.23%)과 KB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주요 증권사가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국민연금처럼 외부 기금을 설립해 퇴직연금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기금형 퇴직연금제도가 도입될 경우 OCIO시장은 수년 안에 1000조원 이상으로 커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들 증권사는 고용부 기금의 OCIO로 선정될 경우, 향후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고용부는 오는 28일 고용보험기금의 전담 운용사 선정을 위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한다. 프레젠테이션에는 현재 고용보험기금 운용사인 한국투자증권을 비롯해 NH투자증권, KB증권, 신한금융투자가 참여한다.

OCIO는 운용전략과 자산배분전략 등 정성평가가 90점, 가격평가가 10점이다. 이번 프레젠테이션이 OCIO 선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평가는 교수 변호사 연구원으로 구성된 평가위원회가 맡는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6월 19조원 규모의 국토교통부 주택도시기금 전담운용사 지위를 NH투자증권에 넘겨준 바 있다. 수성을 해야하는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연말 신탁부와 OCIO 조직을 합친 투자솔루션본부를 설치하고 OCIO선정에 대비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주택관리기금 TF팀장이었던 권순호 기관영업본부장이 고용보험기금 TF팀장을 맡고 있다. 권 본부장은 "퇴직연금의 운용을 외주화할 경우 국내 OCIO시장은 10년안에 1000조원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주택도시기금과 고용보험기금의 운용은 OCIO 능력을 검증하는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 증권사간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부터 OCIO 전략을 총괄하는 솔루션센터를 설치하고 젊은 직원을 양성하는 과정을 진행하는 등의 준비를 해오고 있다. 권 본부장은 "결국은 펀드운용 능력, 리스크관리 수준, 자문서비스를 얼마나 잘하느냐에 따라 OCIO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NH투자증권이 주택관리기금의 OCIO라는 점이 이번 OCIO 선정에는 불리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그는 "고용보험기금 OCIO로 선정되면 별개의 운용조직이 꾸려진다"며 "결국 기금이 국민의 자금인 만큼 실력이 있는 회사가 OCIO로 선정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올해 김성현, 박정림 각자 대표의 투톱 체제로 전열을 정비한 KB증권도 OCIO 선정에 힘을 쏟고 있다. KB증권은 이번 고용보험기금 주간운용사 지원을 OCIO 시장진출의 출사표로 여기고 있다. 내부 역량에 KB금융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을 더해 국내 OCIO 수준을 한 단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KB증권은 이번 사업 제안을 위해 김성현 사장 산하에 OCIO 사업추진부를 확대하고 인력보강에도 주력하고 있다. IB전문가 출신으로 홀세일부문, IB부문과 글로벌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김성현 사장은 유망한 대체투자 상품 제공에 적극적으로 나서 고용보험기금의 수익률 제고에 기여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전문철 KB증권 금융상품영업본부장은 "KB증권은 과거 국내 OCIO 제도가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이전부터 다수 연기금의 자산을 위탁받아 운용한 경험과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며 "OCIO 시장에서도 선도증권사가 되기 위해 자체 시스템 업그레이드, 인력 확충 등을 마쳤다"고 말했다. 그는 "KB금융그룹에서 육성의지가 강한 OCIO 사업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KB금융그룹 전 계열사에서 취급하는 최고의 상품과 관리 역량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신한금융투자는 올초 OCIO사업팀을 신설했는데 이전과는 달리 전담조직을 구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