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시대의 유물, '인감 도장' 없애는 일본

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사진=블룸버그.

일본이 200여년 가까이 사용하던 인감 도장 시대의 종말을 알렸다.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일본 대형 은행들이 인감 도장 사용을 중지하고 디지털 금융거래로 전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먼저 일본 최대 금융기업인 미쓰비시 UFJ 파이낸셜그룹은 오는 2024년까지 자사 전국 100여개 이상 지점에 인감 도장 없이 디지털 금융거래를 가능케 하는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같은 기간 무인화 시스템 도입을 통해 지점 수는 20% 줄이고, 직원창구를 절반가량 없앤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직원을 30%(9500여명) 줄여 경영효율성을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또다른 대형 금융그룹인 리소나 홀딩스는 지난해 일본 전국 600여개 지점에서 고객들이 인감도장 없이도 계좌를 개설할 수 있도록 했다.

일본에서 인감도장은 '한코'로 불린다. 가마쿠라막부(1192~1333년) 시대에 중국에서 건너와 소수의 고위층의 전유물로 여겨지다가 에도시대(1603~1868)에 들어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다. 1873년엔 정부 공식 서류에 인감을 사용하도록 법제화 되기도 했다. 현재 일본에서는 사용 용도에 따라 부동산 계약용, 금융 거래용,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용도 세가지로 나뉘어 쓰인다. 가격대도 100엔짜리 고무 인감부터 2만엔을 호가하는 고급까지 다양하다. 일본의 인감도장 시장은 연간 15억달러(약 1조7000억원) 정도 규모로 파악된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역시 공공 서비스를 온라인화 하자며 인감 도장 없애기를 추진하고 있지만 당장 변화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미쓰비시UFJ는 450여개 지자체들을 설득해 인감도장 사용을 멈추고 디지털 거래를 시작하는 데 2년이란 시간이 걸렸고, 여전히 수많은 지자체를 비롯해 자영업자들은 여전히 인감 도장 선호도가 높다. 또한 혼인신고나 부동산 관련 서류를 작성할 때도 인감도장이 필요하다. 일본인들 역시 자녀들이 성인이 되면 선물로 인감 도장을 파주는 전통이 있고, 한해 일본을 방문하는 3000만명의 관광객들도 기념품으로 인감도장을 사가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