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만성적 노출땐 '치매' 위험 높인다"

그래픽=최헌정 디자인 기자

얼마 전까지 미세먼지가 호흡기질환에 악영향을 줄 거라는 건 일반적 추론이었다. 그러나 미국심장협회가 호흡기질환보다 심혈관질환에 더 좋지 않다는 데이터를 내놓으면서 고정관념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미세먼지가 치매를 유발하거나 심화시킬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미세먼지로 인한 질병의 끝은 어디일까.


◇심혈관에서부터 치매까지…'만병의 근원' = 미국심장협회가 발표한 '대기오염과 심혈관질환에 관한 2015 팩트시트'에 따르면 미세먼지로 인한 사망 원인 1위는 심혈관질환(68%)이었다. 이에 반해 호흡기질환(12%)은 상대적으로 비중이 크게 낮았다.

폐에서 미세먼지가 걸러지지 않고 혈액 속으로 침투해 혈관을 타고 돌아다니다 혈관 내벽에 상처를 내 염증을 일으키거나 혈관을 수축시킨다. 심장에서 폐로 가는 혈관을 담당하는 우심실이 영향을 받게 되면 기관지와 폐동맥 고혈압을 유발, 우심실 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고혈압, 뇌질환 환자들은 특히 유의해야 한다.

한설희 건국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두뇌 관련 위험을 경고한다. 한 교수는 6년간 진행됐던 해외 연구를 토대로 설명한다. 연구 결과 지름이 2.5마이크로미터(㎛) 이하인 초미세먼지(PM2.5)가 3~9세 소아의 지능(IQ)을 떨어뜨리고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와 자폐증 위험을 높였다.


성인의 경우 PM2.5에 만성적으로 노출되면 치매 위험이 높아졌다. 중국, 멕시코 내 대기오염이 심한 지역에 거주하는 65세 이상 노인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치매선별검사 도구인 간이정신상태검사(MMSE) 점수가 타 지역 노인들보다 크게 낮았다.

알츠하이머를 유발하는 유전자 APOE4 보유자는 대기 오염에 인지기능 저하가 훨씬 심했다. 한 교수는 "나쁜 유전자를 가진 사람이 나쁜 환경에 노출되면 이중으로 인지기능 악화가 생길 수 있다는 게 증명된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과도한 공포감 조성… 마스크도 벗어라" = 태아에까지 영향을 준다는 학설도 있다. 너무 나간 주장 같지만 일리는 있다. 산모 몸 속에 들어간 미세먼지가 태반에까지 침투해 영양분이나 산소 공급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결국 태아의 뇌기능을 떨어뜨리고 지능발달과 성장발육에 영향을 줘 저체중아, 사산 위험을 높인다는 게 요지다.

이런 식으로 미세먼지가 유발하는 질병은 뇌졸중, 치매, 폐질환, 비염, 부정맥, 아토피, 성장장애 등 신체 곳곳에 걸친다.

미세먼지 경고 목소리만 있는 건 아니다. 일부 학자는 미세먼지 공포가 너무 과도하게 포장됐고 정부가 이를 조장한다고 비판한다.

장재연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겸 아주대 의대 교수는 마스크를 사용하지 말라고 주장한다. 오히려 과거보다 미세먼지가 줄었다고도 주장한다. 장 대표는 '88 서울올림픽'을 앞둔 1985년 서울시 대기오염을 연구한 것을 계기로 미세먼지 연구에 뛰어든 이 분야 전문가다.

장 대표에 따르면 아시안게임이 열린 1986년에 서울 총먼지 농도가 183㎍/㎥, 올림픽이 열린 1988년에는 179㎍/㎥, 월드컵이 열린 2002년 76㎍/㎥이었다. 2012년 이후로는 40㎍/㎥대를 유지하고 있다.

장 대표는 "미세먼지가 나쁘지 않다는 게 아니라 불안과 공포가 너무 과도하게 포장 됐다는 것"이라며 "미세먼지 때문에 마스크를 권장하는 나라는 한국 뿐이며 호흡곤란으로 노약자나 호흡기질환자, 산모 등은 오히려 나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