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에 우울한 노년… 20·70대 조울증 환자급증

20대와 70대 이상 노인층에서 감정 기복이 비정상적으로 심한 정신질환 '조울증(양극성 정동장애)' 환자가 급격히 늘고 있다. 젊어서는 취업난 등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노년이 돼서는 주변인의 사망, 신체적 질병 등에 정신질환이 깊어진 탓이다.

14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보험 진료데이터에 따르면 2013~2017년 사이 조울증 진료인원이 21.0%(연평균 4.9%) 증가했다.


2017년 전체 진료인원은 8만6706명이었다. 전체 인구의 0.2%를 밑도는 인원이다. 전체 인구의 약 2~3%가 이 병을 갖고 있다는 해외 연구 사례에 비춰보면 낮은 것으로 인식될 수 있다. 이정석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그러나 조울증 환자 대다수가 치료를 받지 않아서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 교수는 "2011년 국내 역학조사에서 유병율이 4.3%로 나온 사실이 있다"며 "연 평균 4.9% 진료인원이 증가한 건 실제로 병에 걸린 사람이 많아졌다기보다는 병에 걸린 사람들 중에 진료를 받는 인원이 증가한 것이며 여전히 조울증 환자 대부분이 치료를 받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연령대별 구분에서 70대 이상 환자의 연평균 증가율이 12.2%로 모든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높았다. 20대는 8.3%, 60대가 7.2%로 뒤를 이었다. 19세 이하에서부터 50대까지 연령대는 0.4~2.2%로 타 연령대와 큰 차이를 보였다.


20대는 대입 경쟁 후유증과 취업 스트레스가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20대 사망원인의 1위가 자살인 것도 관련이 있다. 이 교수는 조울증을 앓는 20대가 치료를 받지 못한 채 노인이 되고 노인이 돼서는 또 다른 스트레스에 노출돼 노년층 환자 비율이 높은 것으로 해석했다.

그는 "무한경쟁으로 많은 20대의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는 게 현실"이라며 "젊은 시기에 이 병을 얻고 노년기에 접어든 데다 멀쩡하던 노인도 가까운 사람들이 세상을 떠나거나 신체적 질병에 시달리면서 환자 비중이 높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별 진료인원은 여성이 남성보다 1.4배 많았다. 2017년 여성은 5만798명이, 남성은 3만5908명이 진료를 받았다. 임신과 출산, 육아와 직장 등이 여성 스트레스를 높이는 원인으로 추정됐다.

20대와 70대 안에서 성별을 구분해본 결과 5년간 20대 남성 환자 증가율은 8.5%, 여성은 6.5% 늘고 70대에서는 여성이 9.2%, 남성이 5.2%로 집계됐다. 이 교수는 20대의 경우 조현병 등 정신질환에서 남성이 어린 나이에 발병하는 경우가 많은 걸 원인으로 봤다. 남성이 정신질환에 생물학적 취약성이 높다는 통계가 근거다. 70대는 여성이 남성보다 오래 살면서 남편의 사별 등이 원인일 것으로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