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없이 잠만 자요" 요양병원으로 둔갑한 관광호텔

비의료인인 A씨는 지인들과 함께 지방에 위치한 한 관광호텔을 인수했다. 처음에는 호텔사업으로 돈을 벌어보려고 숙박업에 집중했으나 사업은 부진했다. 막대한 적자에 시달리면서 A씨는 자신의 친인척을 이사로 등재한 비영리 의료법인 B재단을 설립한 후 의사인 C씨를 고용했다. 사무장병원을 만든 것이다.

이들은 골칫덩어리이던 관광호텔 건물을 병원으로 둔갑시켜 요양병원을 개원했다. 곧바로 전국 각 지역으로부터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한 환자들을 모집해 허위·과다 진료를 실시하고 해당 요양병원에 장기입원 시켰다. 의료적인 치료가 필요치 않은 경증 환자들에게도 허위수술이나 허위진단을 통해 보험금을 타내고 입원이 필요하지 않은 환자들도 장기간 입원처리했다.


실제로 든 비용보다 더 많은 액수를 건강보험공단과 민영보험사에서 타내기 위해 필요하지 않은 치료를 했다. 보험금을 청구할 때는 실제 치료보다 수가가 더 높은 치료를 진단서와 영수증에 허위로 기재한 후 제출하기도 했다. 이런 방식으로 A씨 일당은 건강보험공단 부정수급과 민영보험사 실손보험금으로 약 93억원을 편취해 보험사기 혐의로 기소됐다. 환자 17명도 민영보험사로부터 실손보험금 8억5000만원을 타냈다. 이들이 병원에 지불한 비용은 보험금의 극히 일부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요양병원은 입원일수와 치료횟수 등을 부풀려 거액의 보험금을 타낸 후 환자들에게 생활비로 지급하는 방식으로 공모할 환자를 모집한다. D요양병원은 실손보험에 가입한 암환자만을 유치한 뒤 이들과 짜고 암환자 90명분의 고주파온열치료 횟수, 면역제 투약횟수, 입원일수를 일수를 실제보다 부풀렸다. 하루 입원했는데도 11일 간 입원한 것처럼 꾸미거나 고주파 온열치료를 한 번만 받아도 11번 받은 것처럼 서류를 허위 작성한 것이다. 진료비를 제외한 차액은 환자들에게 지급해 생활비로 사용할 수 있게 해 주는 수법으로 보험사로부터 약 53억원을 타냈다. D요양병원 원장은 암환자를 많이 유치하기 위해 수십만원을 환자 소개비로 줬고 병원 관사까지 입원실 용도로 썼다.

요양병원에서 입원한 환자들에게 뷔페식을 주는 일도 벌어진다. 통상 요양병원에는 저염식이나 소화가 잘되는 환자식 등으로 식단조절이 필요한 환자가 입원한다. 하지만 E요양병원은 병원 식당에 일반 음식을 차려놓고 환자가 종류대로 먹고 싶은 만큼 먹을 수 있도록 뷔페식으로 제공했다. 이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이 식단조절을 병행할 필요가 없을 만큼 멀쩡한 상태라는 의미다.


이 병원은 상급병실료에 식대를 일부 포함해 청구하다 경찰에 덜미가 잡혔다. 국민건강보험에서 지급하는 한 끼당 4000~5000원의 식사 단가로는 뷔페식 식사가 불가능하자 환자들이 마치 1~2인실 상급병실에 입원해 있는 것처럼 허위로 꾸민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많은 병상을 보유한 이른바 ‘모텔형 병원’을 지어놓고 입원이 불필요한 사람까지 환자로 유치해 진료 없이 숙식만 제공하거나 외박과 외출을 자유롭게 하는 등 사실상 허위 입원을 방조하는 요양병원이 많다”며 “요양급여로 건강보험 재정이 축나고 보험금도 과다 청구돼 선량한 가입자들의 보험료가 인상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요양병원협회는 “말기암환자는 평소 아무런 증상이 없다가 급속도로 악화돼 사망하는 특징이 있는데 뷔페식 식사를 한다고 해서 멀쩡한 것은 아니다”며 “뷔페식은 저염식 등으로 식단을 짜야 하므로 훨씬 식비가 많이 들어가는데 이는 항암치료로 인해 환자들이 잘 먹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