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조 퇴직연금, TDF로 잡아라" 운용업계 '쟁탈전'

국내 자산운용업계가 은퇴자산의 대표 상품인 TDF(타겟데이트펀드) 시장 공략을 위해 팔을 걷어부쳤다. 한국의 고령화 속도가 세계에서 전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가팔라지면서 은퇴 이후 삶을 대비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졌고, 이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어서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TDF시장 규모는 지난 2016년 말 700억원에서 2018년 말 1조4000억원으로 1890% 성장했다. 2년새 20배로 확대된 것인데,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 시장 성장률이 14%에 머문 것과 대조적이다.


TDF는 투자자의 은퇴시점을 '타깃 데이트'(목표 날짜)로 정해서 생애주기에 따라 주식과 채권 등의 투자자산 비중을 스스로 알아서 조정해주는 '자산배분' 펀드다. 은퇴 자산은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상품이기 때문에 투자자가 시장 상황을 능동적으로 살피고, 주기적으로 리밸런싱을 해줘야하는데 TDF는 이같은 번거로움에서 자유롭다는 게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자산운용업계는 해외 사례에 비춰볼 때 TDF 시장이 유망하다고 보고 관련 상품을 잇달아 출시하는 등 관련 시장 공략에 고삐를 바짝죄고 있다. 최근 몇년새 TDF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했지만 연간 170조에 이르는 국내 퇴직연금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 미만으로 여전히 미미해 성장성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시장고용혜택연구소(EBRI)에 따르면 금융 선진국인 미국의 경우, 인기가 높은 퇴직 연금제인 401K에서 TDF가 차지하는 비중은 65%에 이른다.


국내 운용업계에서는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DF 선점 경쟁이 특히 치열하다. 시장 점유율 36%로 1위를 달리고 있는 삼성자산운용은 최근 한국형TDF 2종을 새롭게 선보이며 라인업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이번 펀드 출시는 적어도 향후 30년간 꾸준히 고객자산을 충실히 운용해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이로써 5년 단위로 은퇴 시점을 상정한 삼성운용의 TDF 라인업은 기존 7개에서 9개로 늘었다. 삼성자산운용의 TDF 설정액은 22일은 기준 5395억원이다.

지난 2011년 국내에서 TDF를 가장 먼저 선보이면서 TDF 시장의 포문을 연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투자자들의 다양한 선택권을 보장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TDF를 '자산배분형'과 '전략배분형'의 두 가지로 출시해 각자의 투자 스타일에 맞게 상품을 고를 수 있도록 한 것. 미래에셋자산운용은 4667억원 규모의 TDF 설정액을 보유했다.

이밖에 한국투자신탁운용, KB자산운용의 3위권 다툼이 치열한 가운데 한화자산운용, 신한BNP파리바, 키움투자운용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TDF 시장이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본다. 기대 수명이 길어지면서 은퇴 이후 자산의 중요성도 함께 커지는데 수익률 1%대인 퇴직연금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어서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펀드담당 연구원은 "부동산에만 기댔던 국내 투자자들이 점점 일정한 현금 수입이 발생하는금융자산에 대한 투자를 늘려나가고 있다"며 "미국의 TDF 시장이 꾸준히 늘어나는 것처럼 한국에서도 TDF 시장이 성장기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