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숙제 미루던 금융위, 여야 질타에 "주가조작 특사경 이달 가동"

금융위원회 로고 /사진=머니투데이 DB

금융위원장에게만 부여된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특별사법경찰(특사경) 추천권을 금융감독원장에게도 주는 법안을 놓고 금융위가 1일 국회의 질타를 받았다. 금융위와 금감원 간 알력 다툼 때문에 금융위가 자본시장 감독 권한을 가진 특사경 추천에 대안 없이 미온적이기만 하다는 점을 여야 모두 지적했다.

금융위는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 회의 중 사법경찰직무법 개정안 논의 도중 금감원 특사경 운영 방안을 보고했다.


금감원 직원 중 특사경으로 지명되는 직원은 자본시장에서의 주가 조작이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부당 이득 취득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포함한 강제 수사를 할 권한을 가진다.

금융위는 금감원장에게도 특사경 추천권을 주는 법 개정 대신 현행 제도를 운영할 방안을 좀 더 적극적으로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법사위 관계자들에 따르면 금융위는 금융위원장이 이달 안에 10명 안팎의 규모로 금감원 직원 중 특사경을 지정해 임명하겠다는 방안을 법사위원들에게 보고했다.


금융위는 대신 특사경 직원과 특사경이 아닌 금감원 직원들의 사무실을 별도로 두는 등 정보 교류 차단 장치(차이니즈 월)을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감원과 이달 안에 추가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두 기관 간 알력 다툼은 여전하다. 금감원은 같은 건물 안에서 특사경 조직과 기존 직원들이 다른 층을 쓰면 된다고 주장했지만 금융위는 특사경 조직은 아예 다른 건물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사위원들은 이날 사법경찰직무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는 대신 법안 통과 여부를 이달 안에 재심사하겠다고 유보했다. 금융위가 밝힌 운영 방안과 관련 우선 금감원과 협의 상황을 지켜본 뒤 법안 심사를 다시 진행하겠다는 의미다.

결론 내리기에 앞서 여야 법사위원들은 일제히 금융위의 그간 대응을 꾸짖었다. 금감원 특사경 제도가 2015년 8월 도입됐지만 약 3년 반 동안 금융위가 단 한 번도 특사경 지명을 하지 않았다는 부분에 비판이 이어졌다. 이번 개정안에 금융위가 반대만 하는 것이 기관 간 기싸움에 불과하다는 취지다.

한 의원은 머니투데이 더(the)300과 통화에서 "특사경 자체를 늘리는 것에 찬성하느냐 여부를 떠나 이건 금융위가 그냥 금감원 특사경 지명을 하기 싫은 것이 아니겠느냐"며 "여야를 가리지 않고 이같은 상황이고 금융위가 똑바로 안 하면 금감원에도 지명권을 주는 것이 맞다고 했다"고 밝혔다.

법사위는 이날 금감원 특사경과 함께 국민건강보험공단 임직원 중 의료인이나 약사가 아닌 사람이 설립한 불법 개설 의료 기관을 수사할 특사경을 지정하는 사법경찰직무법 개정안도 함께 논의했지만 역시 계속 심사키로 유보했다.

이 법안에 대해 법무부와 건보공단, 대한약사회·치의사회·간호사회의 찬성 의견과 대한변호사협회와 대한의사협회·한의사회 등의 반대 의견이 대립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