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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가업상속과 장수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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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상연 미래산업부장
  • 2019.04.22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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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국회의원 등 선출직에도 성장률 유지 등 사후관리요건을 두면 어떨까요. 요건을 지키지 못하면 그동안 받은 월급에 이자까지 추징하는 겁니다. 아마도 대부분 토해내야 할 겁니다.”

“가업승계보다 세수확보를 위해 지레 포기하도록 사후관리요건을 만든 거 아닐까요.”


얼마 전 중소·벤처기업 대표들과의 저녁자리에서 이런 대화들이 오갔다. 안줏거리로 올라온 가업상속공제의 사후관리요건을 두고 한 푸념이었다. 우리나라 가업상속공제(매출액 3000억원 미만, 공제한도 500억원)는 1997년 중소기업의 가업승계를 지원하기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비현실적으로 엄격한 사후관리요건으로 인해 혜택을 보는 기업은 미미한 실정이다.

우선 상속자는 10년 이상 대표로 있으면서 보유주식을 처분할 수 없고 지분율도 유지해야 한다. 현금이 넉넉한 상속자가 아니라면 투자를 위해 유상증자 등 주식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이 힘들어질 수 있는 것이다. 자칫 유상증자로 지분율이 하락하거나 최대주주 지위를 상실하면 공제받은 상속세를 토해내는 것은 물론 가산세까지 물어야 한다. 그렇다고 기업의 부동산 등 가용자산을 현금화해 투자하는 것도 어렵다. 가업용 자산은 10년 내 20% 이상, 5년 내 10% 이상 처분하지 못하도록 금지해서다. 이 기준을 어겨도 세금을 추징 당한다.

10년간 고용수준을 유지하지 못해도 마찬가지다. 중소기업 상속자는 상속 당시 고용인원의 100% 이상(중견기업 120%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경기부침에 취약한 데다 고질적인 인력난을 겪는 중소기업이 10년간 100% 이상 고용을 유지하긴 쉽지 않은 일이다. 같은 기간 업종 변경도 제한된다. 통계청의 한국표준산업분류 중 세분류 내에서만 가능하다. 때문에 영위업종이 사양길에 접어들어도 다른 업종으로 전환을 꾀할 수 없다. 4차 산업혁명으로 경영환경이 급변하지만 미래를 위한 변화는 엄두도 낼 수 없는 것이다.

이처럼 가업상속공제를 받으려면 10년간 직책·지분·자산·고용·업종유지라는 족쇄를 겹겹이 차고 ‘극한 경영’을 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지 않다. 50~60대 중소기업 창업주가 넘쳐나고 정부가 ‘명문장수기업’ 육성에 팔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서도 가업상속공제가 활성화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1~2015년) 국내 가업상속공제 결정건수는 연평균 62건으로, 같은 기간 1만7000여건을 기록한 독일 등 선진국보다 활용도가 현저히 낮다.

제도 개선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정부가 가업상속공제 개편안을 내놓기로 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지식경제부 장관은 지난 12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G20(주요 20개국) 재무장관회의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가업상속공제의 사후관리기간을 7년으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뒤늦게라도 문제를 인식하고 제도 개선에 나선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단순히 사후관리기간만 줄여서는 제도 활성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실효성을 높이려면 직책·지분·자산·고용·업종유지 등 세부 요건도 현실에 맞게 고쳐야 한다. 공제요건은 완화하되 탈세는 더욱 엄격히 관리하고 강력히 처벌하는 게 맞다. 가업승계를 부의 대물림으로만 보는 시각도 바꿔야 한다. 창업주의 기업가정신과 경영·기술노하우를 전수해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차원에서 제도를 운용해야 명문장수기업이 탄생하는 중소기업 중심 경제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다.
[광화문] 가업상속과 장수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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