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카드로 서울시장 압박나선 재건축 단지들

서울 여의도 시범아파트 외관에 주민들이 서울시 재건축 정책에 항의하는 대형 현수막을 붙였다./사진= 박미주 기자

"개발도 좋고 정책도 좋지만 50년 된 아파트 시민의 안전이 최우선 아닌가요? 서울시장님???"

서울 재건축 아파트 단지 주민들이 플래카드로 박원순 서울시장을 압박하고 나섰다. 눈에 잘 띄는 한강변 아파트에 커다란 플래카드로 박 시장을 언급하며 재건축 사업을 둘러싸고 서울시와 갈등이 격화하는 모양새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 여의도 시범아파트 주민 1700여명은 "법대로만 진행해온 재건축이 눈앞 인데 안전사고 발생하면 누가 책임지나요? 우리는 무작정 기다릴 수 없습니다!"라는 플래카드를 걸었다. 여의도 한강변에 위치한 이 아파트의 플래카드는 올림픽대로, 윤중로 벚꽃길에서 잘 보이는 곳에 걸렸다.

올림픽대로에서 매우 잘 보이는 위치에 있는 서울 잠실주공5단지 외관에도 빨간색 바탕에 흰색, 노란색, 파란색으로 글자가 적힌 현수막이 붙었다. '박원순 거짓말쟁이', '청와대 눈치가 웬말이냐!! 서울시장이 시민안전 외면하고!!', '박원순 시장! 국제설계공모하면 승인해주겠다는 약속이행하라!!' 등이다.

이 아파트 주민들은 서울시가 재건축 사업을 진행 시키지 않고 있어 노후된 아파트에서 녹물을 마시며 삶의 질이 저하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1978년 입주한 잠실주공5단지는 올해 42년차 아파트단지다. 서울시와 합의 후 지난해 6월 국제현상설계 공모 당선작 설계안을 서울시에 넘겼지만 심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잠실5단지아파트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 조합원들이 지난 9일 서울 시청앞에서 열린 잠실5단지 재건축 승인 촉구를 위한 2만 조합원 궐기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 뉴스1

박 시장은 강남 등 주요 재건축 단지들의 사업 속도를 조절할 수밖에 없다고 공언한 상태다. 그는 최근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지난해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부동산 가격을 지키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당장 강남 재건축 인가는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주민들과 갈등은 극에 치닫고 있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갈린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해당 아파트들은 콘크리트 구조물이라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주거환경이 열악해져 주택공급, 주거환경개선 차원에서 재건축해야 하는데 서울시에서 이를 방치하거나 사업을 못하게 한다면 권력남용 혹은 의무태만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장대섭 전국대학교부동산교육협의회장은 "서울시가 정책적 고려로 재건축 심의를 지연시키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다"며 "재건축 시 시장 불확실성이 증가하기 때문에 수급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린벨트처럼 도시계획 상 제한하는 것은 재산권 침해로 볼 수 없다"며 "안전 문제는 정밀안전진단으로 보완하면 된다"고도 덧붙였다.

서울시와 현 정부의 부동산 억제 정책 의지로 재건축 사업의 진척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현 정부 정책상 재건축 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가격은 미래가치를 반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소폭의 변동은 있을 수 있지만 크게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라고도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