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지분 20% 남긴 롯데, 금융그룹감독 졸업 미지수

롯데그룹이 캐피탈을 제외하고 카드와 손해보험을 매각키로 했지만 금융그룹통합감독에서 제외될지는 미지수다. 여전히 카드 지분 20%를 보유하기로 했고 롯데그룹과의 협업도 이뤄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7월 금융그룹통합감독 시행 1년을 맞아 다음달 중 모범규준 개정안을 마련해 발표할 계획이다. 감독 대상 선정 기준을 구체화하는 내용이 될 전망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롯데카드와 롯데손보를 매각키로 하면서 금융그룹통합감독 대상에서 빠질 수 있는 기본적인 조건을 갖췄다.

금융그룹감독은 금융지주회사가 아니면서 다수의 금융회사를 소유한 복합금융그룹을 감독하는 제도다. 관련 법이 발의돼 있지만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해 지난해 7월 금융당국의 모범규준으로 우선 시행됐다.

기준은 여수신·보험·금융투자 중 2개 이상 권역을 영위하는 금융그룹 중 금융자산이 5조원 이상인 경우에 해당한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이 기준에 따라 삼성, 현대차, 한화, 미래에셋, DB, 교보, 롯데 등 7개 그룹을 감독대상으로 지정했다.


카드, 손보, 캐피탈을 보유하고 있던 롯데는 지난 3일 카드를 한앤컴퍼니, 손보를 JKL파트너스에 매각키로 했다. 매각이 완료되면 롯데그룹엔 롯데캐피탈만 남는 만큼 통합감독 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 관계자는 "매각이 완료된 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롯데캐피탈만 남았다고 해서 무조건 제외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형식적으로 롯데그룹에서 완전히 떨어져 나갔는지 뿐만 아니라 지배구조상 연결고리가 있는지 등 질적인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롯데는 롯데카드를 한앤컴퍼니에 매각키로 했지만 지분 20%를 계속 보유키로 했다. 또 롯데그룹과의 협업도 지속하겠다는 입장인 만큼 금융그룹통합감독 대상에 남아 있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금융당국은 오는 7월 금융그룹통합감독 모범규준을 일부 개정할 계획이다. 행정지도인 모범규준은 1년마다 연장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아직 금융그룹통합감독법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해 법제화가 이뤄지지 않은 만큼 모범규준을 연장키로 했다.

금융당국은 모범규준 개정안을 통해 복합금융그룹이더라도 1개 업종의 자산이 전체의 95% 이상을 차지하는 경우엔 감독대상에서 제외할 방침이다. 사실상 1개 업종만 영위하는 동종금융그룹과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1개 업종의 자산이 95% 이상을 차지하더라도 나머지 업종의 자산이 5조원이 넘는 경우엔 감독대상에 포함키로 했다.

교보금융그룹이 이에 해당한다. 교보는 교보생명이 전체 금융자산의 95%를 넘지만 교보증권 등 금융투자업의 자산이 5조원을 넘는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카드와 손보를 매각한 롯데그룹은 검토가 필요하지만 이 기준에 따르면 금융그룹통합감독대상은 지난해와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